▲ 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문학박사

한 해 동안 논어를 함께 읽을 기회가 있었다.‘논어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도서관에서 매주 모여서 공부를 했다.이전에도 여러 번 읽었지만 또 새롭게 다가온다.특히 시국이 어수선할 때 읽으면 이미 적절한 해법은 책 속에 제시되어 있었고,그때마다 무릎을 치곤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過而不改是謂過矣)”라고 공자는 담담하게 말한다.허물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잘못을 범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잘못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다.허물을 고쳐 나가며 적게 하고 없게 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가야할 길이다.공자는 또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다.“잘못을 하였거든 고치기를 거리끼지 말라(過則勿憚改)”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사람에게 적합한 경구다.사람은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잘못은 늘 따른다.문제는 잘못을 범하느냐 않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잘못에 대해 어떤 태도와 마음을 갖느냐 하는 데에 있다.자신이 저지른 과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고칠 것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 그리운 요즘이다.

자신의 허물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에 대해서 관대하지만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야박하다.남이 하면 불륜이요.자기가 하면 로맨스인 것이다.이런 사람을 위해 공자는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고,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以責人之心 責己 以恕己之心 恕人)”라고 일갈한다.남의 허물을 찾아 질책하는 마음으로 내 잘못에 대해 질책하라는 것이다.책임지지 않고 남 탓만 하는 현실을 예언한 것 같다.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는다.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백성이 지도자를 믿도록 하면 된다(民信)”라고 힘주어 답한다.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이 먼저냐고 다시 묻는다.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변한다.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하겠냐고 다시 질문한다.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면서,“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백성이 정부나 군주를 믿지 않으면 그 나라는 한순간도 존립할 수 없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명토 박아 말한다.정치는 백성의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이게 나라냐며 분노하는 백성들에게 정부와 군주는 믿음으로 답변하고 보여줘야 한다.

공자는 또 의미심장하게 말한다.“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었다.그의 지혜로움은 따를 수 있지만 그의 어리석음은 따를 수 없다” 도가 있는 것은 정치가 올바른 것이고,도가 없는 것은 정치가 잘못된 것이다.세상에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있다.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이고,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에게 세상을 맞추려는 사람이라는 견해에 고개가 끄떡여진다.나라에 도가 없어 혼란스런 요즘 나는 지혜로운 사람인가 어리석은 사람인가.

10월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바람에 꺼진 것이 아니라 바람 때문에 확산되어 번져간다.역사를 바꿔온 것은 세상에 자기를 잘 맞추는 변화무쌍한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다.잘못된 세상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준에 맞추어 변화시키려는 어리석은 사람이다.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절실한 요즘이다.우공(愚公)이 산을 옮기 듯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리석은 자는 오늘도 촛불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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