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올해의 사자성어들이 발표되는 이맘 때 쯤이면 평범한 우리들이 꼭 앓는 병이 있다. 일년 동안 직장인으로 가정인으로 사회인으로 민주시민으로 잘 살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 바로 그 병인데 금년에는 촛불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개인을 살 필 에너지들이 정의를 지키기 위한 민심으로 전환되어 국가에 투자되었는데 그래도 다행스럽게 효과가 있었다. 탄핵이 성사되었다. ‘대중의 소리를 막는 것은 강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는 공자님의 말씀이 유효했다.

해마다 교수신문은 12월 말에 일년 동안의 사회현상을 압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하는 올해의 단어를 꼽는다. 대부분 뽑힌 단어들은 그래 올해는 사회가 이랬었지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단어들인데 작년 2015년 1위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무능하고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혀 천하에 도리가 상실되었다는 말로 세상이 잘못된 군주 때문에 암흑같이 컴컴해졌음을 뜻한다.

작년 올해의 단어 중에는 달걀을 쌓아 놓은 것 같이 위태롭다는 위여누란 (危如累卵)도 있었다. 정치가에 대한 비난과 대통령에 대한 무능을 빗댄 단어들,혼용무도와 위여누란은 2016 올해의 단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니 우리사회가 건재할 리 만무하다.박대통령 추락을 예견하는 이 사자성어들이 아름아름 박대통령 임기내내 광폭을 넓히며 우리에게 다가왔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오롯이 민심의 힘으로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원하는대로의 수순으로 일이 진행되는 데도 스산한 이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간을 사랑할 것. 아무리 나약한 인간이나 초라하고 불쌍한 인간도 사랑할 것. 그리고 그들을 심판하지 말라’라고 생텍쥐페리는 말했다.신과 법 외에는 인간을 정죄하지 못한다는 것을 익히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들고 외칠 수 밖에 없으니 이 상황도 국민도 모두 딱하다.질서정연한 수습이 빠른 시일에 안되면 국민전체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치료라도 받아야할 것 같다. 좋은 것을 지향하며 흥분하는 것이 아니고 부정적인 것에 저항해 소리 높여야하니 국민은 상처가 아주 깊어 피폐하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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