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장진

수필가

양양 오산 포구 남녘에 아침 해가 짙푸른 바다의 수평선 위로 솟아오른다. 3,3,3자 모양 갈매기들의 떼춤이 여러 군데서 펼쳐진다.까막까치 비둘기 한 마리 안 보이고 오직 이들만의 천국이다.바다 가까이도 빼곡히 앉아 있거나 ‘끼룩끼룩’ ‘꽥꽥’거리며 춤사위를 벌리고 있다.날지 않은 녀석들은 끝 간 데 없이 떠 있어 마치 잔잔한 파도가 일고 있는 것 같다.수백 수천 마리는 되는 듯하다.

갈매기는 온 지구촌에 살고 있다고 한다.한국도 여러 곳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많은 갈매기의 새끼 치는 곳은 뭍 깊숙이 있는 몽골이다.갈매기는 갈며기·갈머기·갈막이·해고양이라고 한다.종류별로 고대,괭이,구레나룻,극 제비,검은 머리,붉은 머리,쇠 제비,수리,옅은 재,재갈,제비,줄무늬 노랑 발,큰 재,큰 검은 머리,큰 부리 제비,큰 제비,한국재,흰 자에다 갈매기만 붙이면 이름이 된다.지구촌의 가족 수는 약 86종에 1200만에서 2250만 마리 정도로 짐작하고 있다.

그냥 갈매기라고 부르는 것은 한반도 곳곳에서 겨울을 나는 겨울 철새다.갈매기보다 작고 날렵한 것은 제비갈매기이다.날다가 다이빙을 해서 물고기를 잘 낚아챈다.갈매기들은 종종 어장이나 어물 건조장에 무리로 모여들어 잡아온 어류 찌꺼기를 찾는다.쓰레기나 죽은 동물,다른 바닷새의 새끼,곤충 등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감자·풀·바닷말·이끼류 등 식물성 먹이도 먹는 잡식성이다.유람선에 따라다니는 놈들에게 새우깡 같은 먹이를 던져 주어서는 안 된다.이들의 생존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갈매기는 배나 모래 불,바위나 흙바닥에 내려앉아 쉬기를 좋아한다.이때 볼일을 본다.몸무게를 가볍게 해야 나는 데 힘이 덜 들기 때문이리라.배를 타는 해군 병사들은 갈매기를 ‘해군의 최대의 숙적’,‘바다의 하얀 악마’,‘짬 매기’ 등으로 부르며 미워한다.아무 데나 하도 고얀 냄새나는 걸 싸지르기 때문이다.해군 배만 그럴까,여객선이나 화물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이리 미운 짬 매기도 머나먼 항해 길의 선원들은 이 녀석들이 나타나면 반 매기-반가운 갈매기-로 반긴다.뭍 가까이서 마중을 나왔기 때문이다.

갈매기는 꽤 큰새다.몸길이는 44.5㎝,날개를 펴면 115㎝나 된다.비둘기의 두 배 정도다.머리와 몸 아랫부분은 흰색이고 윗부분은 청회색이다.날개깃 끝은 검은색이나 흰무늬가 있다.부리는 가늘고 노란색이다.다리도 노랗고 눈은 새까맣다.

바닷가와 언덕,작은 섬에서 작은 무리를 이루며 산다.주로 바닷가 앞바다 바위섬에서 떨기나무의 가지,마른 풀,바닷말무리 등을 쌓아 올려 둥지를 튼다.4월부터 6월까지 한배에 2~3개의 알을 낳아서 암수가 함께 22~25일간 알을 품는다.둥우리 부근에 가까이 가면 ‘꽉 꽉’ 소리를 질러 쫓는다.

갈매기는 한방에서는 약으로 쓰였다.‘동의보감’에서는 갈매기고기는 맛이 달고 독이 없으므로 주로 목이 타는 듯이 마르는 데와 광사에 쓰였다.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단맛의 5맛에 재었다가 구워서 먹는다고 하였다.

갈매기 고기는 익히면 밤빛이 되고 오리나 닭에 비해 질기다고 하다.맛은 닭고기와 비슷하다고도 한다.워낙 고기양이 적고,맛도 별로 이기 때문에 갈매기 수가 한없이 늘어나고 있지 않을까? 어촌인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데,이러다가 바다는 온통 ‘끼루룩 끼루룩’ 해고양이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드디어 해고양이에게도 가족계획의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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