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 김성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우리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라고 믿어도 좋을 만큼 자신을 우선하며 산다.타인을 배려하며 이해하려는 행동도 사실은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와 행복을 염두에 둔 것이며,남을 돕는 것도 언젠가 그 보답을 받으려는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다.생물학에서는 이타심이나 협동심도 결국 종족 보존을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로 인해 자기 가족과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재벌이나 대기업에서 학교에 건물을 신축하여 무상으로 증여하고 큰 재해를 당했을 때 거액을 기부하는 것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로 결국 이윤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심지어 어느 개인을 위한 기업주나 연예인의 선행까지도 매스컴에 보도되면 홍보용으로 비칠 수도 있다.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아파트 복도에 자전거나 쓰레기통을 두고 살며 이웃에 불편을 끼치는 주민들이 있다.길모퉁이나 학교 또는 상가 앞에 주차하여 통행을 방해하며,보행신호에도 횡단보도를 빠르게 통과하는 차량도 많다.버스의 노약자석에 앉아 양보할 생각조차 하지 않거나 휴대전화를 오래 큰 소리로 통화하며,공공장소에서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고,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사례도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해마다 주민센터나 자선기관에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들,독거노인이나 어린 가장들을 돌보는 학생들이나 공공요원들,위급한 순간에 이웃들을 구하려는 사람들,아프리카에서 무료 봉사하는 의료인이나 종교인들,근래에는 생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테러에 맞서는 사람들까지 있다.이들의 행위가 나중에는 알려져 칭송이나 혜택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행위 당시에 자신의 명예나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이와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 익명으로 행동하며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행동을 내세우거나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1억원 이상을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1400명 중에는 10% 정도가 익명이라고 한다.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경우를 감안한다면 음지에서 말없이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더구나 자진하여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길을 친절히 안내해주거나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주는 것과 같은 작은 도움을 제공하는 경우는 더욱 많을 것이다.심야에 쓰러져 있는 취객이나 노인들을 위해 구급차를 불러주고 사고나 화재시 부상자들을 구한 후 말없이 자리를 뜨는 이들도 있다.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특별한 신앙심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잘 띠지 않지만 어디선가 꾸준히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이다.모두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질서와 안정된 생활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개인의 이득만을 우선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잘 사는 듯 보여도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그 대가는 치르게 된다.서로 양보하며 상대방을 위하는 자세가 우리의 생활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들며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우리 주변에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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