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강원대 체육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올해 스포츠계는 ‘최순실 게이트’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스포츠가 왜 정치에 좌지우지 되면서 휘청거려야 하는가? 그 신호탄은 작년 체육·스포츠 단체의 통합부터 시작되었다.엘리트 스포츠를 맡은 대한체육회와 생활스포츠를 담당하는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했지만,양 단체의 통합 과정은 이해득실로 매끄럽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소위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비롯 스포츠계 각종 이권 사업과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더욱이 최씨의 딸 정유라가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특혜 판정에 관여되었고,정유라의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대한승마협회 삼성을 통해 ‘맞춤 지원’을 추진하는 등 비리가 속속 터졌다.이 과정에서 ‘스포츠계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최순실의 사적 이익에 함께 동조하는 등 체육·스포츠 인들을 실망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김 전차관은 체육·스포츠 단체 통합을 주도하면서 체육·스포츠계에 만연된 각종 비리를 철폐하기 위해 ‘체육·스포츠계 4대악 척결’이라는 대책을 주도한 사람이었다.이 과정에서 박근혜 태통령까지 나서게 하여 정직한 공직자의 목을 마음대로 치고 조이는 악역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편,‘마린보이’ 박태환은 금지 약품 양성 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를 바친 뒤 올림픽 출전을 고려했지만,‘이중처벌’ 성격의 규정을 내세운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다 결국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판단을 구한 끝에 간신히 리우 올림픽행에 몸을 실었다.몸과 마음을 다친 박태환으로서는 재기는커녕 올림픽 예산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뒤늦은 감은 있지만,박태환은 전국체육대회,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건재를 과시했고,쇼트 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라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프로스포츠도 연이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 리그에선 ‘승부조작’이 이어지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으며,해외 원정도박에 불법도박 사이트 개설,음주운전 사건 등 스포츠맨십을 망각한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가운데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올림픽을 통해 이권을 노리던 세력들의 농단으로 조직위원장이 교체되고 대기업들의 K스포츠재단 거액 출연 문제 등 ‘최순실 게이트’에 직격탄을 맞아 국가적 대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는 체육·스포츠계를 알지도 못하면서 “스포츠 윤리교육이 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부르짖음과 “평창 올림픽은 효율적인 사후 대책과 배후 시설만이 성공한 올림픽이 될 수 있다”고 올림픽 푸어(Olympic Poor)를 걱정한 필자의 기우(杞憂)는 초라함을 넘어 서글퍼 통곡이라도 하고픈 마음이다.

올 연말은 유난히 쓸쓸한 마음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패닉 상태에 빠져 있고 이 충격은 모든 이슈를 ‘불랙홀’처럼 빨아들여 국정이 마비될 지경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에 체육·스포츠계는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다.스포츠는 ‘페어플레이’를 강조한다.정정당당히 자신의 실력으로 최정상에 오르는 것이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이다.스포츠는 그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다.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로 생존해야 한다.스포츠가 정치 수단에 이용된다면 한국 스포츠는 자멸하거나 퇴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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