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대통령때문에 몇달째 혼란의 한복판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누가 가장 위안이 필요할까 생각해보니 공무원들이 먼저 떠오른다.공무원 수장이 대통령이니 대통령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들의 신분도,국민 한사람으로서의 분노를 털어버릴 수 없는 그들의 마음도 그려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범죄를 일으킨 집안의 자식들은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내가 직접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내 아버지이니 연대책임을 느껴야한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혹여 내가 한 일중에서 은연중에 아버지 범죄를 도왔을 수도 그리고 아버지가 범죄를 일으키는 동기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들면 부역자의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다.그러면서도 자식이니 아버지의 잘못처단에 공공연하게 나설 수도 없어 답답하다.아마도 작금의 촛불 사태의 대한민국 공무원들 대부분은 이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에서의 중용을 강조하는데 ‘중용이란 옳지 않은 것을 거부하는 용기내지는 실천’이라고 말한다.즉 이성적인 판단으로 옳은 것은 옳다 말하고 아닌 것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용기가 책임감있는 중용이라는데 촛불은 바로 이 중용의 상징이다.

대한민국의 촛불은 여러 의미를 함의한다.오롯이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꿨다는 국민 승리가 역사에 길이 남을 의미이다.좁게는 박근혜의 탄핵을 상징하지만 크게보면 재벌이나 집권정치인을 비롯 권력자의 올바르지 않은 처신에 대한 응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평화적으로 대응하는 경찰태도가 건강한 촛불의 태동이 되었고 건강한 촛불은 시민의 힘을 집중해 보여줄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기도 했는데 이는 시위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경찰과 시민 모두가 성숙했다는 소리이다.

대통령의 과오가 그렇게 깊고 깊은데 그래도 이 정도 건재한 국가라면 각 분야 국민들의 능력이 왠만하다는 증거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자위해본다.점점 나아지기위한 진통일 것인데 다만 그 진통을 격하게 겪는 것일 뿐이리라 확신한다.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들이었으니 힘들었던 올해 잘 보내주고 새해를 맞이해야겠다.공무원 여러분들 더 이상 주눅들지 마시라는 따뜻한 격려보낸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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