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춘 강릉우체국장

▲ 이용춘 강릉우체국장

연초에 삼국지를 읽기로 작정하고 실천한지 십년은 더 된 것 같다.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며칠 후부터 또 삼국지를 읽을 생각인데 어떤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될까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지금까지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불필친교 등의 교훈을 주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제갈량이 평생의 목표인 삼국을 통일하지 못하고 죽는 장면이었고,출사표를 읽을 때 가장 감동적이었다.‘출사표를 읽고 울지 않는 사람은 충신이 아니다’라는 송(宋)나라 시인 소동파의 말처럼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출사표의 출(出)은 출동을 의미하며,사(師)는 군사,군대의 뜻이고,표(表)는 자신의 강한의지를 밝히는 것으로 특히 신하가 왕에게 자신의 생각을 아뢰는 글을 뜻한다.촉(蜀)나라 1대 황제 유비가 위나라 땅을 수복하지 못하고 죽게 되자,반드시 북방을 얻으라는 유언을 남겼다.제갈량이 유비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를 토벌하러 떠나기에 앞서 2대 황제 유선 앞에 나아가 바친 글이 출사표인 것이다.여기에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유선에게 올리는 간곡한 당부의 말이 담겨있다.온통 나라걱정과 충언으로 가득 차 있다.

유력한 정치인이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입장을 밝힐 때 출사표를 던졌다고 한다.중요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금메달,우승을 목표로 후회 없이 싸우겠다면서 출사표 운운하고,기업인이 새로운 사업을 하고 투자를 할 때도 출사표를 던졌다고 한다.일반 시민들은 살아가면서 계획을 세우고,소망을 밝히고,각오도 다진다.이것이 갑남을녀에게는 제갈량의 출사표 이상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연초에 그해 해야 할 일을 정하고,해맞이를 하면서 다짐도 한다.바쁘게 열심히 살았지만 한 해를 돌아보면서 대개의 경우 만족하기 보다는 아쉬워하기 일쑤이다.엊그제 시작한 듯싶은 병신년(丙申年)이 벌써 끝자락에 와있다.또 한해를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금연,절주,운동,독서 계획 등 소망했던 것이 얼마나 이루어 졌는지 따져보고,실천이 잘 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헤아려야 한다.그것이 나약한 의지나 부풀린 목표 때문이라면 2017년 정유년(丁酉年)에는 보다 마음을 다잡고,실현가능한 꿈을 꾸어야 한다.

예년 연말에는 크리스마스트리도 흔히 볼 수 있었고,송년모임으로 사회분위기가 들떴는데 올해는 차분하다.침체된 경제와 사회 환경 탓이리라 생각된다.올해 연말에는 자숙하면서 제갈량이 출사표를 쓰고 결연히 전장에 나가는 심정으로 내년에 해야 할 일을 가다듬어 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그리고 꼭 1년 후의 오늘에 아쉬워하기 보다는 만족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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