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이 나란히 섰다.2015년9월3일 오전의 일이다.61년 전인 1954년 10월 이 자리를 지킨 인물은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 김일성수상.당시는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이었고,지난해 행사는 ‘항일승전 70주년 기념식’이었다.북한은 이 행사에 최룡해 비서를 참석시켰다.국내외 언론은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에 대해 “한국정부의 외교가 그동안 가본 적 없는 낯선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 시진핑 주석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등 은근히 ‘중국통’임을 내세웠다.홍콩 멜로영화 첨밀밀(甛蜜蜜)에서 대만 여가수 등려군이 부른 노래를 자신의 애창곡으로 삼았을 정도다.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앞두고는 한류 확산을 통한 문화융성과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조했다.이런 영향으로 지난 한해 중국 관련 주식이 가파르게 치솟고, 시장을 뒤흔들었다.중국은 신천지로 떠올랐다.기업들은 앞다퉈 중국을 외쳤고,음악과 영화 드라마를 앞세운 한류열풍이 대륙을 휩쓸었다.그러나 딱 거기까지!

중국 환상이 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북한은 이 행사가 끝난 뒤 곧바로 핵실험으로 응수했다.박 대통령의 ‘신 균형외교’는 핵에 가로막혔고,남북관계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기대했던 한반도 평화도 요원했다.오히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실험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대응,중국의 반발을 불러왔다.사드 배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이어졌다.승승장구하던 한류가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1년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의 운명은 엇갈렸다.시진핑은 G2의 지도자로 자리를 굳힌 반면,박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탄핵 대상으로 내몰렸다.드라마와 게임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중국의 강력한 제재로 설땅을 잃는다.최근에는 중국과 동시 방영하던 드라마 ‘화랑(花郞)’이 이유 없이 중단됐다.일부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현 정부 들어 세월호와 메르스,사드,최순실게이트로 쑥대밭이 된 문화·경제계는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국민이 나라를 걱정해야 할 처지.백성들만 딱하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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