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춘천지법 사무국장

▲ 정준호 춘천지법 사무국장

1년 전 춘천지법 사무국장으로 발령받아 왔던 겨울은 어찌나 춥던지 퇴근하면 관사에 틀어박혀 한동안 지냈다가 봄이 끝날 무렵에야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나를 밖으로 이끌어 낸 첫째 이유가 맛있는 음식이었으니,춘천 음식에는 독특한 맛이 있다.우선 재료비를 아끼고 않고 풍성한 식자재를 써서 음식이 풍부하다.뿐만 아니라 고기 먹은 후 나오는 ‘된장 소면’이 일품인데,춘천을 떠나면 ‘된장소면’이 제일 그리울 듯싶다.그 외에도 각자 내노라 이름을 드높이는 막국수집과 서면의 순두부집이 있다.서면 순두부집은 강원도민일보 논설위원의 ‘밥집 갤러리’를 보고 찾아갔는데,초등학교 교실 분위기를 풍기는 안방 벽에 붙여진 소박한 그림에 동심에 젖어 마시는 막걸리는 그 맛이 출중하여 ‘이것이야말로 막걸리다’라고 느꼈다.

둘째,물이 좋아서이다.샤워를 할 때 물이 몸에 감기는 느낌으로 서울의 퍽퍽한 물과는 차원이 다르다.오죽하면 춘천에 살면 흰 머리카락이 검게 새로 난다고 할까. 셋째,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다.의암호 한 바퀴 30㎞가 처음에는 얼마나 긴지도 모른 채 타기 시작해서 저녁 8시쯤을 전후로 갑자기 만난 봄비에 빗속을 한 바퀴 돌았다.그 후 소양강댐,느랏재,배후령,끝없는 오르막길을 오르내리며 행복했다.

넷째,알차고 멋진 축제가 좋다.봄이 무르익어 갈 무렵 개최되는 마임 축제에 혼자 갔다가 행사장에서 팔고 있는 소품들이 너무 예뻐 한 보따리나 사서 다음날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각종 축제,공연 등이 거의 1년 내내 이어져 과연 춘천이구나 새삼 느꼈다. 다섯째,추워서 좋다.작년 1월,연일 영하 18도의 추위에 공지천 전체가 스키장으로 변했을 때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이따금씩 얼음 위로 걸어 들어가 얼음지치기(얼음타기)를 해보았다.강 전체를 얼게 하는 그 추위가 봄을 기다리는 춘천의 또 다른 매력임에 틀림없다.

이 매력 있는 도시에서 1년을 보내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첫째,여백의 미를 살리면 어떨까.캠프 페이지 부지를 시민의 공원과 광장으로 이용하게 하면 어떨지.그 광장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게 하고, 가을이면 전세계가 참여하는 축제장으로 변모하게 하면 매우 멋질 것이다.

둘째,도시의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곳곳에 산재한 석탑은 강원도만의 특색이 있다. 소양로칠층석탑은 그 투박한 아름다움에 떠날 줄을 모르고 그 자리를 서성거리기만 했으며,그 뒤쪽으로 남아있는 한옥마을은 내 보기에는 서울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선도하는 도시가 되길 기대한다.오스트리아 할슈타트의 물빛, 햇살보다도 좋은 춘천의 자연 경관을 잘 살려 깨끗하고 품격있는 대한민국의 문화선진 도시,휴양 선진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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