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근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

벽두에 다소 진부한 화두를 꺼내본다.리더십과 교육이다.1980년 앨빈 토플러는 그의 예언적 명저 ‘제3의 물결’을 출간하면서,미래사회의 다양한 측면들을 예견한 바 있다.그는 2016년 6월 타계했지만 그의 오래된 저서들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남아있다.그는 ‘정보혁명’으로 불리는 ‘제3의 물결’이 미래의 사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측했다.적중했다.그가 변화의 축으로 삼은 것은 무엇보다도 기술과 에너지였다.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1964년 출간한 ‘문화의 소비자’이다.그 당시로서는 너무나 생소한 개념이었다.

2012년 또 다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3차 산업혁명’을 출간한다.그 역시 기술과 에너지가 사회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키는 ‘큰 다른 패러다임’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에너지의 변화로 생활이 완전히 바뀐다.그에 따라 산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조명된다.이 에너지의 사용을 정보기술 네트워크가 극대화해주고 산업과 생활의 형태를 바꾸어 준다.제레미 리프킨에 따르면 교육,정부,사회 모든 분야가 새롭게 태어난다.많은 직업이 사라지고,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직업으로 재편된다.

기술의 보편화와 원가경쟁력 약화로 리더십을 잃었던 미국의 경쟁력이 패러다임의 변화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한동안 철강과 조선,전자,자동차로 대표되던 우리나라의 선도산업들이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유일하게 자동차분야만이 성장의 과정에 있지만 그 미래도 불투명하다.이제 더 이상 한국을 성장하게 할 동력은 원가,효율성과 같은 키워드가 아니다.

기술과 에너지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요 축인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 들여다보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다.에너지를 새롭게 만드는 것도,기술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사람들의 필요와 생각에 의해서다.지금은 이미 만들어진 세계를 부수고,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계를 경영할,새로운 세계에 적응할 능력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배우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사람의 생각이 변화를 주도하지만 정작 사람이 가장 변화가 늦다.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그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사적인 승리를 위한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 정치적 리더십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기 어렵다.리더십의 개념이 변해야 한다.특히 자생력이 절실한 지방정부는 더욱 그렇다.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변화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리더십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이다.우리 교육에서 가장 발전한 부분은 역시 교육의 하드웨어다.반면 교육의 소프트웨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다양한 논리와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결론은 같을 수 있지만 강조해야 할 것은 접근의 논리다.결정된 지식을 공유하는 그런 유형의 교육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없게 한다.중요한 것은 ‘왜?’다.교육은 ‘왜 그런가?’,‘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효율성의 개념이 교육의 현장에 들어오는 순간 그런 교육이 불가능하다.효율성은 계량적이어야 하는데,교육은 효율성과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의 공유된 생각 중 하나는 분산시스템이다.중앙에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배분하는 시스템이 아니라,개별적인 단위들이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중앙에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개별 주체들이 판단하고 선택하며,그리고 그런 주체들이 연결되어 최적화가 되는 것이 살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리더십과 교육은 그런 세상에 적응하도록 다시 태어나야 한다.혁신을 강조하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명언 ‘마차를 연결한다고 해서 기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를 실천하는 리더십과 교육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