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광석이 부른 김현성 작사·곡 ‘이등병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 때/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풀 한포기 친구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 노래가 나오기 전에는 최백호가 1977년에 부른 ‘입영전야’가 사나이들의 가슴을 울렸다.“아쉬운 밤 흐뭇한 밤/뽀얀 담배연기/둥근 너의 얼굴 보이고/넘치는 술잔엔 너의 웃음이/정든 우리 헤어져도/다시만날 그날까지/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잔을 들어라~”.아직도 대한민국 청년들은 나라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이등병의 편지’와 ‘입영전야’를 부른다.‘군대는 당연히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보통 남자들에게 병역은 통과의례다.

분단 조국에 태어난 원죄(?)로 반드시 이행해야 했던 병역 의무.그런데 2017 대선을 앞두고 징집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남경필경기지사가 첫 포문을 연 뒤 이재명성남시장과 김두관·유승민 등이 앞다퉈 목소리를 낸다.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이 시장은 “군의 정예화,예산 절약,스마트강군 육성을 위해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고,남경필 지사는 “인구절벽 극복을 위해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에 맞서 유의원은 “부잣집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하다”며 반대한다.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단점은 분명하다.징병제는 강제로,모병제는 개인의 선택과 자율에 맡긴다.그러나 유의원의 지적처럼 ‘부잣집 도련님’은 그 어느 누구도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이란 것이 맹점.그럼에도 모병제를 주장하는 것은 수십만 개의 청년일자리 창출과 정예 강군 육성,사회적 비용 감소 등의 장점 때문이다.저출산 여파로 병력 자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국가 안보가 경제력과 과학기술,정치·외교,사회·문화적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우리는 어떤 제도를 선택할 것인가.대선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가 요구된다.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마음까지 굳어지는’ 일이 없도록.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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