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떠나면 또 다시 외톨이,출구없는 삶이 기다린다.‘나’에서 ‘우리’가 됐다가 다시 ‘너 없는 나’가 되는 것이다.누구 탓이 아니다.덫에 갇힌 삶.‘생까는’게 아니다.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안에 갇힌 나’를 빼낼 방법이 없기 때문.밥먹고,놀고,공부하는 것도 혼자다.왜?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공고해진 경쟁사회가 ‘너 없는 나만의 사회’를 강요한 탓이다.희망은?없다고 봐야한다!그런데 이상하다.이런 상황을 광장의 촛불이 반전시켰다.너와 나의 연대가 ‘우리’를 불러온 것이다.이게 희망의 싹일까?

솔로를 뜻하는 ‘혼’이 유행이다.혼밥,혼술,혼락,혼유 등.풀어쓰면 혼자 밥먹기,혼자 술먹기,혼자 즐기기,혼자 여행하기 등.타인과의 소통은 SNS의 압축어가 대신한다.너는 사라지고 나만 남겨진 ‘외톨이 삶’이다.히키코모리!‘지독히 병적인 외톨이’를 뜻하는 일본식 표현.이젠 우리 주변에도 흔하다.사람들과의 대화를 꺼리며 낮에 잠을 자고 밤에는 텔레비전과 인터넷에 몰두하는 사회부적응자다.자기혐오나 상실감 또는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런 ‘히키코모리’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이다.

히키코모리는 ‘단절사회가’ 잉태한 이단아다.경쟁에 따른 압박,극심한 취업난이 주요 원인.갑자기 일자리를 잃거나 내성적인 성격도 원인으로 꼽힌다.여기에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거부한 폐쇄사회의 감시망이 작동했다면?누군가를 주시하고 찍어내기 위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면?얘기는 또 달라진다.무수한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로 전락하며 히키코모리가 양산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나와 너 우리의 연대가 무참히 파괴되는 것이다.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놀랍게도 광장의 촛불이 이런 부조리를 일깨웠다.긍정의 시그널도 보냈다.혼자인줄 알았던 내게 ‘네가 있어 우리가 된다’는 것을.너와 나의 문제가 다르지 않고 같다는 것을.이런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건 나 자신이 아닌,위선적인 권력 때문이었음을 알려준 것이다.그런데…,광장을 벗어나면 우린 또 각자의 삶과 마주한다.모든 문제가 너 또는 나의 책임으로 귀착된다.히키코모리가 될 것을 은근히 강요당한다.그러나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갈 순 없다.벗어나야 한다.‘혼’의 껍질을 깨고 ‘함께’ 있어야 한다.같이 먹고 함께 노는 것!그것이 답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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