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열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눈이 내리면 하얀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밖으로 나가 마냥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하지만 언제인가부터 눈이 쌓이면 미끄러운 도로에서 낙상사고와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아마도 내 나이가 들었나 보다.눈이 내린 날 교통사고는 평균 40%가 증가하고,정형외과에는 낙상환자가 급증함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사고의 원인이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해로부터 초래된 것이건 또는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것이건 간에 안전사고는 개인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안전한 주거 및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편리한 시설과 기능을 확대시켜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생활공간은 안전을 위협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상존해 있다.생활편익을 위한 시설들이 관리소홀로 인한 부실화와 이용할 때 부주의로 인해 사고발생을 유발,오히려 자신의 신체와 재산을 위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생활안전은 일상생활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부터 안전한 상태를 의미한다.안전한 환경은 살기 좋은 곳으로서 행복한 주거공간의 가장 기본적 조건이다.

생활환경속에서 내 자녀와 부모들이 안전을 위협받음으로서 항상 걱정과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넘어져서 다칠까봐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마음대로 뛰어 놀지 못하고 골목길과 건널목을 치안과 교통사고로 인한 불안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면 아직 우리 사회는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것이다.언론에 보도되는 수많은 자연재해와 치안,화재,대형 교통사고 뿐만 아니라 부딪치고 넘어지는 생활안전사고 등은 결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 원인은 지나치게 편리함과 비용의 절감만을 위해 충분한 방비시설을 확보하지 않거나,부실한 관리로 인한 예방시스템을 철저하게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안전시설의 확충과 관리는 공공서비스 영역으로서 정부는 생활안전사고의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그러나 안전의 확보는 개인 스스로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의식과 안전문화역량을 강화시킴으로서 보장된다.안전문화역량은 안전에 대한 가치인식과 태도로서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대처행동에 관한 지식과 사고예방의 행동양식을 통해 나타난다.

따라서 성숙된 선진사회는 생활안전요소가 개인이 생활공간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이자 스스로 지켜야 하는 책임성을 갖는다.놀이터에서 건널목에서 골목길에서 생활안전에 대한 보호를 정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모두가 적극적 참여를 통하여 위험요소를 찾아내고 개선하는 노력을 함께 이루어가야 한다.즉,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은 안전규칙과 질서를 제도적으로 강화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주변의 시설에 대한 안전확인과 정보교류,이용질서를 준수하는 행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편안하고 건강한 생활공간은 일상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되어지는 안전문화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 행동양식을 공유함으로서 만들어지는 것이다.때문에 안전문화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작은 위험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공동의 노력에서 시작돼야 한다.혹여 하얀 눈이 오시면 쌓인 눈이 얼기 전에 내집 앞 눈부터 쓸어내자.안전문화역량은 작은 빗질 하나하나가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미끄러져 다칠 수 있는 낙상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한다는 자각과 행동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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