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환

강원교육희망재단 설립추진위원

“무슨 절벽이 이렇게 많아?” 지난해 친구들과의 송년 모임 때 한 친구가 뜬금없이 퉁을 놓았다.등산 얘기를 하려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취업절벽,고용절벽,인구절벽,소비절벽….’그 친구의 절벽 화두(話頭)에 다른 친구들도 일제히 맞장구를 쳤다.은퇴절벽이니 소득절벽이니,‘절벽’이란 어휘 앞에 아무거나 갖다 붙여도 말이 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온 사방이 낭떠러지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려 보았다.절벽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생각하니 순간 우울해졌다.

지난해 우리 시대를 대변했던 키워드들은 하나 같이 우울하다.흙수저,3포 세대,헬조선.좌절과 불안을 암시하는 이런 신조어들은 대부분 우리시대 청춘들이 앓고 있는 중병과 직선으로 연결돼 있다.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불경기는 청춘들을 취업절벽으로 내몰았고 기업들은 고용절벽을 양산하기 시작했다.정부의 무능함과 청문회장의 오만과 불손,만연한 불신이 융합해 신뢰절벽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당면한 절벽 가운데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래도 인구절벽일 것이다.저출산의 여파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는 늘어만 간다.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해리덴트는 일찍이 우리나라가 인구절벽시대를 맞기 때문에 출산과 육아 장려책을 제시한 바 있다.그렇지만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현실을 따라잡기엔 언제나 역부족이다.강원도에서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사망자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졌다.요람보다 망자의 관(棺)이 더 많아지게 된 것이다.인구 감소는 단순히 인구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심각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유발한다.학교에 다닐 학생 수가 줄고 주민은 떠나고 마을은 사라질 것이다.인구감소를 막지 못한 지자체는 조만간 사라질 지도 모른다.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24로 세계평균치 2.5의 절반이자 전 세계 꼴찌 수준이다.이러다간 머지않아 나라 지킬 군인도 모자랄 지경이다.이러한 추세 속에서도 전라남도 해남군은 지난해 출산율 2.31을 기록해 전국 최우수 저출산 극복 지자체로 선정됐다.2008년 전국 처음으로 출산정책팀을 만들고 신생아 양육비 지원과 공공 산후조리원 마련 등 다양한 출산장려책을 기울인 결과이다.지방정부가 출산 육아를 책임진다는 믿음을 군민들에게 심어준 것이다.해남군은 올해 공공 분만 산부인과를 개설하고 미혼남녀 맞선을 추진한다.인구가 느는 해남군에서는 적어도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없을 것 같아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절벽의 시대를 맞아 국가의 존망을 가늠질 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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