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표현의 자유 유린, 대통령 직접 조사로 진실 규명해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예술·학문 활동은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미적 수준이나 문화적 가치가 의심스러워도 이를 공권력으로 제약하기 보다는 소비자인 시민들의 자유로운 평가와 여론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우리 헌법 2장제22조 ‘학문·예술의 자유와 저작권 등 보호’ 규정에서도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문화 했다.헌법이 인간의 정신활동에 관련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학문·예술의 자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이 지난 2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구속했다.이들은 정치성향에 따른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정부 지원 배제를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뒤 관련 인사와 단체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놀라운 것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이다.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은 세월호와 관련된 문화예술인의 활동을 방해하고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에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11월 손경식 CJ그룹 회장과의 독대에서 “CJ가 좌파 성향을 보인다”고 발언한 것이다.이 같은 발언은 CJ가 제작한 영화 ‘광해’,‘변호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창작과비평’,‘문학동네’와 같은 출판사를 ‘좌파 출판사’로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 저장된 대통령의 육성에서 그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그는 ‘국민 대통합’과 관련, “종북 세력까지 그건 아니거든요.빨갱이까지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그에게 ‘사상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회보장 등에 관해 규정한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다.이 같은 의무를 다하지 못한 박 정권은 ‘블랙리스트’로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참사 이후 7시간 동안의 대통령 행적을 비롯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특검 수사를 종합하면 박 정권은 진실을 덮으려 한 것도 모자라 시민들을 억압 통제하려 했다.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사태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대로 끝낼 일이 아니다.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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