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 농업협상서 관세·보조금 감축 최소화 노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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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농업의 장래를 좌우할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이 한참 진행중이다. 특히 이번 협상의 가장 중요한 절차로 관세 및 보조금 감축 방식을 결정하는 세부원칙(Modality) 협상이 3월말로 완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세부원칙 협상완료 시한이 불과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 시기는 우리 농업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WTO 농업위원회 하빈슨 의장은 지난 2월12일 세부원칙 1차 초안을 발표했다. 이 초안은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에 지나치게 편중된 것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농산물 수입국으로서는 도저히 수용 불가능할 정도로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적인 감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초안대로 된다면 선진국의 경우 관세가 90%를 초과하는 농산물에 대해 5년 동안 관세를 평균 60% 감축해야 한다. 그리고 감축대상 보조는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 최종 이행연도의 보조총액을 기준으로 선진국의 경우 5년 동안 60%를 감축해야 한다. 이같은 감축 폭은 UR 농업협정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가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작목에 대해 높은 관세로 보호하고 있다. 실제 고추(273%), 마늘(364%), 양파(136.5%) 등 141개나 되는 농산물의 관세가 90%를 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빈슨 의장의 세부원칙 1차 초안이 그대로 받아 들여 진다면 우리 농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보조금 분야도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감축대상 보조금의 거의 대부분을 쌀 수매에 사용하고 있다. UR 농업협정 최종 이행연도인 2004년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쌀 수매자금은 1조3천590억원이다. 만약 우리 농업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세부원칙 1차 초안대로 된다면 이 금액을 기준으로 5년 동안 60%에 해당하는 8천154억원이나 감축해야 한다. 결국 현재와 같은 쌀 수매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쌀 산업과 농가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한편 이번 DDA 농업협상에서는 개도국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UR 농업협정보다 개도국 우대 조치가 폭넓게 반영될 전망이다. 하빈슨 의장의 1차 초안도 개도국에 한해서 식량안보, 농촌개발, 생계유지에 필요한 전략 품목에 대해 10년 동안 관세를 평균 10% 감축하는 등 선진국에 비해 개도국을 우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농업부문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느냐의 여부가 농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최대의 관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생산 및 유통기반, 농가소득 등 농업 여건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기 때문에 UR 농업협상 당시 개도국으로 인정받았다. 게다가 UR 농업협상 타결 이후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농업 현실이 오히려 악화되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DDA 농업협상에서도 우리나라 농업 부문의 개도국 지위가 변경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따라서 이번 DDA 농업협상에서는 관세와 보조금의 감축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우리 농업이 UR 협정에 이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그리고 농민단체 등 비정부기구(NGO)는 그 나름대로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석래 평창 축협조합장(농협중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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