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 경제부장

 춘천 봉의산 아래 강원도청에서 중앙로 로터리를 지나 공지천으로 이어지는 중앙로는 강원도의 금융가로 통한다. 은행을 중심으로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이 집중돼 있다. 중앙로로터리와 팔호광장을 중심으로 조흥은행의 3개지점을 비롯 농협 2개지점, 국민은행 2개지점, 제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춘천지점 등 모두 10개 은행에서 14개지점들이 포진해 있다. 또 현대, 삼성, 동원, 대우, LG증권 춘천지점 등 증권사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해상, 알리안츠, 교보, 삼성화재 등 다양한 보험사들도 작은 시장을 놓고 시장 지키기와 시장개척에 포성이 그칠 날이 없다. 카드사와 보증 보험사들도 춘천이라는, 지극히 수익성 낮은 시장에서 물고 물리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금융기관 가운데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단연 은행권이다. 지난 98년 IMF 외환위기이후 은행의 경영은 수익성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순간순간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패자는 시장과 직장에서 영원히 퇴출되고 있다. 은행직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쟁의 강도는 사실상 전시상태다. 기존의 영업망을 잃을 경우 해당 지점장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 때에 따라 회사를 떠나야 한다. 지난 연말과 올들어 춘천의 H, W, C은행의 지점장들이 이같은 이유로 옷을 벗고 은행을 떠났다. 영업시장이 바로 전쟁터인 셈이다. 은행직원들이 느끼는 춘천의 시장여건은 최악이다. 살아 남아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받는 것은 행운이다. 춘천은 은행원들에게 사지(死地)인 것이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수많은 은행들이 경쟁을 벌이는 것이 첫째 원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특정은행의 공금고 독점 현상을 지목할 수 있다. 즉 작은 파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는 반면 특정은행의 공금고 독식현상은 요지부동이다. 그 결과 은행권의 시장 쟁탈전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은 "10여개 은행에서 한정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경쟁은행의 영업구역까지 침해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한다. "IMF 외환 위기이후 영업실적이 은행원들의 생사를 좌우하면서 생존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더구나 도, 시군, 도교육청 등의 공금고가 농협중앙회 등 특정은행에 의한 독점현상이 심화되면서 한정된 시장을 놓고 은행권의 쟁탈전이 가중되고 있다는게 은행원들의 시각이다. 그리고 공금고의 독식현상은 선출직 공무원들의 정치적인 계산까지 겹치면서 개선의 가능성마저 없다.
 현재 강원도청 도금고의 경우 일반회계는 강원농협이, 특별회계는 조흥은행 강원본부가 갖고 있다. 도교육청의 교육금고 역시 강원농협 소유다. 이와함께 춘천시청 등 18개시군의 시군금고 가운데 덩어리가 큰 일반회계 역시 강원농협이 독식하고 있다. 지난 99년 구 강원은행이 시중은행인 조흥은행과 합병되면서 당초 시행됐던 농협, 강원은행, 제일은행의 도금고 윤번제도 중단된 채 강원농협의 일반회계 독점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사회전반이 개혁과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게임의 법칙이 시장의 새로운 원칙으로 존중되고 있다.
 농협은 최근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맞춰 내부로 부터의 개혁을 선언했다. 개혁과 변혁의 시대에 맞는 공정 경쟁을 위한 농협의 변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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