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이진모 가톨릭관동대 교양과 교수

정유년의 새해가 밝았다.닭의 해이다.갑과 을은 푸른색을,병과 정은 붉은색을 의미하니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이다.12 지지 가운데 열 번째인 닭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동물이다.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울음소리가 새 아침과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닭의 울음소리는 어둠을 걷고 뒤이어 도래할 빛의 출현을 알린다.만물과 영혼을 깨우는 희망과 개벽을 의미한다.‘붉다’는 것은 ‘밝다’,‘총명하다’는 의미로도 사용하므로 정유년을 ‘붉은 닭의 해’ 또는 ‘총명한 닭의 해’로 명명할 수도 있겠다.
조선 후기의 유학자 하달홍은 축계설에서 계유오덕이라 하여 닭은 다섯 가지 덕목을 품고 있다고 예찬하였다.머리에 붉은 관을 썼으니 문이요,적을 보면 예리한 발톱으로 용감하게 싸우는 것은 용이며,먹이를 보면 무리를 불러 모은다 하여 인이라 했고,때를 맞추어 울어서 새벽을 알리니 신이라 했다.닭을 문무와 인정과 신뢰를 겸비한 상서로운 동물로 여겼던 것이다.
삼국지위지동이전(한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진기하고 꼬리가 긴 닭이 있었는데,그 꼬리의 길이가 5척이 넘는다고 하였으니 우리나라에 닭이 사육된 역사는 자못 오래라고 여겨진다.뿐만 아니라 닭과의 인연은 국조신화 속에도 등장한다.신라의 시조 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다.신라는 국명이 정해지기 전 탈해왕까지 계림으로 불렸다.
농경 사회를 살았던 선인들은 칸트의 시간처럼 알려주는 정확한 닭 울음소리에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며 한 해 농사를 준비했다.닭은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매일같이 알을 낳아 병아리로 깨어나게 하는 닭을 통해 자손번성을 원했다.결혼식 초례상에 반드시 닭을 올렸던 것이 여기에 기인한다.백년가약을 맺는 인륜대사에 닭은 빼놓을 수 없는 매개였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지난해의 사자성어가 군주민수이다.임금은 배,백성은 물이다.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기원전 3세기에 존재했던 군왕에 대한 순자의 경구가 오늘날에도 부합하는 것을 보면 지도자의 덕목은 변함없는 것 같다.민심이 천심인 것이다.지난해는 우리 모두에게 견디기 힘든 한 해였다.정유년 새해를 맞아 붉은 수탉의 기개로 닭의 오덕을 생각하는,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부끄러운 적폐를 해소하고 신명나는 세상을 만드는 귀한 계기가 되어 올해의 한자성어가 ‘전화위복’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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