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이 효도하는 일
최종춘 본지 독자위원장

120여년전 민비를 시해(을미사변)한 일본은 고종황제에게 권유하여 단발령(斷髮令;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내리게 하여 백성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다.당시 지식인들이 즐겨 인용한 문구가 효경(孝經)에 나오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 내 몸의 머리카락이나 살갗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으니 이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 하였다.머리카락 한 올을 잘라도 불효라는 주장은 일본의 부당한 간섭에 저항하려는 논리적 핑계였을 것이나 실제로 자기 몸을 잘못 관리하여서 부모님보다 먼저 아프다거나 먼저 세상을 뜨는 것은 큰 불효로 여겼다.
그러면 효도의 마지막은 무엇인가? 효경에서는 立身行道 揚名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입신행도 양명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 ; 몸을 세워 도(道)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지막)이라 하였다.이 말을 줄여 입신양명(立身揚名: 몸을 세워 이름을 드날리다)이라하니 오늘날의 분위기로 해석하면 제대로 바르게 살아서 내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어서 이것이 효도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조부모님,부모님,형제자매 등 대가족이 한 집에 거주할 때 어른을 모시는 일은 일상이었다.그러는 가운데 어른들의 바라심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는데 이웃집의 누가 잘 되면 그 집 부모들은 어떻게 자식을 잘 가르쳐서 저렇게 성공하였는지를 부러워 하셨다.자식에게 성공하라고 채근하지 않으시고 다른 집 자녀의 성공을 부러워하시는 부모님을 즐겁게 하여 드리는 것은 내가 바르게 사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근간에 민주국가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정치행태가 세상에 알려져 매일 언론의 앞부분을 장식하고 있다.정치가 잘못되니 경제,사회등 여러분야가 뒤틀리고 국가발전 동력이 꺼져 성장이 멈추고 부끄러운 내용이 국제사회에 알려져 조롱을 받고 국격(國格)을 추락시키고 있다.생각해 보니 자신만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하여 과욕을 부린 결과가 아닌가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본인들이 이런 잘못을 모르니 뉘우침도 없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하물며 부모에 대한 불효스러움이나 형제,자매에 대한 미안함은 생각조차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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