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유통업체들은 ‘반값 세일’에 나섰다.‘소비절벽’을 피부로 접한 유통업체들이 ‘떨이 세일’에 돌입한 것이다.예전 같으면 불티나게 팔렸을 한우세트와 굴비 등 고가 선물은 애물단지 신세.블랙 쇼핑 주간을 정해 절반가격에 내 놓아도 고객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2000년 이후 최악이라고 말하는 유통업체들은 “설을 앞두고 할인행사를 할 줄은 몰랐다”며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한다.대목은 실종되고 ‘마이너스(-) 설’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
경제계는 소비절벽의 원인으로 경기 불황과 정국 혼란,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꼽는다.세 가지 원인이 서로 물리며 설 대목을 옥죈다는 것.여기에 트럼프 발 보호무역주의와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심술이 더해졌다.실제로 중국의 음력설인 ‘춘제’연휴기간에 한국을 찾는 유커들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란 보도가 잇따른다.한국,대만으로 와야 할 유커들이 싱가폴 등 동남아시아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호텔과 면세점,식당 등은 이미 도미노 충격에 빠진 상황.
이번 설을 앞두고 일부에서는 “대한민국이 30~40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지갑이 얇아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선물의 양태가 과거 70~8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경제학자들은 양말 등 생필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근거로 든다.실제로 A 유통업체가 분석한 결과,양말 등 1만~3만원대 선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김영란법’의 영향이라지만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흥청망청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만큼은 넉넉한 ‘설’이어야 하건만, 나라꼴이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최악의 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