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들은 한결같다.날씨와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 폐휴지와 박스를 줍는다.여유를 부리거나 딴전을 피우지도 않는다.낡은 모자에 헐렁한 옷차림으로 묵묵히 ‘생존 노동’에 몰두한다.우리는 그 분들의 생존 일기를 매일 읽지만 금새 잊는다.어디에 사는 지,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부양 가족이 있는지,삶의 질이 어떤지 등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미루어 짐작할 뿐,그 분들의 삶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우리 주위엔 ‘그 분들’이 너무 흔하다.거리 곳곳에서 일상처럼 ‘그 분들’을 만난다.
폐휴지를 줍는 ‘그 분’들의 연령은 대부분 65세 이상.과거엔 어땠는지 모르나 현재의 그 분들은 최저생계비(1인 99만1759원)조차 스스로 벌지 못한다.폐휴지를 하루 종일 모아봤자 5000원을 넘기기 힘들다.라면 두세 봉지 사면 끝!고되고 힘든 삶이지만 ‘생존노동’은 계속된다.멈출 수 없다.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유일한 방편이기 때문.그 분들에게 ‘은퇴 후 삶’이 있을까?그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노후 적정생활비를 묻는 질문에 ‘부부는 월 237만원,개인은 월 145만원’이라는 답변이 나왔다.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2015년 4월부터 9월까지 50세 이상이 가구주인 4816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월평균 최소 생활비는 부부 기준 174만1000원, 개인 기준 104만원이었다.최소 생활비는 건강한 노년을 전제로 한 최소한의 생활유지 비용이다.그러나 이마저도 희망사항일 뿐,현실과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국민연금을 받는 은퇴자조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한국노총이 지난 1월 발표한 ‘2017 표준생계비 산출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월 표준생계비는 509만~641만원으로 집계됐다.2인가구는 355만7524원,3인가구는 445만2672원.표준생계비는 말 그대로 ‘노동자 가구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생계비’다.문제는 은퇴 이후에도 ‘생존노동’에 투입되는 우리의 현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노년의 삶은 결코 나아질 수 없다.‘100세 시대’를 가난하고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대선을 앞둔 정치 지도자들이 고민하고,해법을 내놓을 때다.최상의 정치는 의식주 해결 아니던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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