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전국대회 ‘금’ 땄는데… 훈련장 없어 떠돌이 신세
다이빙장 없어 외지 전지훈련
효자종목 불구 각종 지원 저조
선수 은퇴행렬 계보 끊길 위기

▲ 지난달 26일 강원 다이빙선수들이 춘천초 지상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강원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이빙 수영장이 없어 이번 동계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은 타 시·도로 전지훈련을 떠나야한다. 서영
▲ 지난달 26일 강원 다이빙선수들이 춘천초 지상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강원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이빙 수영장이 없어 이번 동계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은 타 시·도로 전지훈련을 떠나야한다. 서영

스포츠는 밖에서 보면 공정하지만 안에서보면 이만큼 불공정한 분야도 없다.스포츠가 공정하다는 인식은 선수들이 같은 공간,동등한 조건에서 종목에 따른 규칙을 지키며 경기에 임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안에서 보면 스포츠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축구나 야구처럼 대중화되지 못하고 지자체와 체육회의 지원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비인기 종목’은 선수팀을 꾸려나가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설날 연휴 전날인 지난달 26일.춘천초교 운동장 한켠에 만들어진 지상훈련장에서 만난 강원도 다이빙선수들도 비인기 종목인만큼 힘든 훈련을 하고 있다.벌써 10여년째 반복되고 있는 해묵은 이야기인‘다이빙장이 없어 훈련을 소화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상황때문이다.현재 17개 시·도 중에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다이빙 수영장이 없는 곳은 강원도가 유일하다.2012년 2015전국체육대회를 유치했던 당시 강원도는 도내 시·군들을 대상으로 전국체전 시설확보를 위한 국비지원신청을 받았다.하지만 당초 다이빙경기장을 건립하기로 했던 춘천시가 막대한 건립 비용 등으로 건립을 포기했다.100억원이상 예상되는 필요예산과 함께 대중적이지 않은 스포츠라는 이유로 외면을 받은 셈이다.선수들은 다이빙장이 없기때문에 무조건 전지훈련으로만 다이빙 훈련에 임해야 한다.
그나마 춘천초교에 마련된 지상훈련장도 2009년이 돼서야 완공돼 사용하고 있다.비시즌인 동계기간에는 지상훈련장에서 드라이보드와 트램블린,로프를 이용해 점프 및 회전훈련만으로 훈련일정을 소화할 수 있지만 봄부터는 다시‘전지훈련’으로만 대회준비가 가능하다. 대회준비,전지훈련 등 강원 다이빙선수들의 1년 스케줄을 총 책임지고 있는 김은희 강원도청 코치로서는 올해 전지훈련에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김 코치는 지난해 훈련했던 청주 다이빙시설에서‘충청지역팀 우선’이라는 이유로 올해 ‘훈련불가’ 통보를 받았다.청주,대전,경북 김천처럼 시설이 큰 곳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의 시설들은 시설이 좁아 충분한 훈련을 할 수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강원도청팀으로서는 훈련지를 선택하는데도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다행이 대전 다이빙장에 훈련가능한 자리가 나와 도청 실업팀은 1일부터 전지훈련을 떠났다.1년동안 7개의 전국대회가 열리지만 하계기간에는 대회-전지훈련-대회를 반복하다보면 ‘홈경기가 없는 어웨이팀’이 돼 대회에 출전하는 상황이 된다.

훈련조차 벅찬 현실에 좌절할만도 하지만 다이빙선수들은 그동안 강원체육에서 톡톡한 효자종목 노릇을 해왔다.강원 다이빙선수들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전국체육대회에서 단 한번도 금메달을 놓친적이 없다.지난해에도 김진용(강원도청)이 금메달 3개로 3관왕에 올랐지만 강원 다이빙을 책임지고 있는 김은희 코치입장에서는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2013년까지만해도 강원체고 꿈나무들이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차세대 주자의 역할을 맡았지만 2014년부터는 강원도청 실업팀만이 금맥을 잇고 있다.강원 다이빙의 황금기였던 2011년만해도 강원도내에는 강원체고 4명을 포함해 13명의 다이빙 선수들이 활동했다.하지만 올해는 강원체중 2명,강원체고 1명,강원도청 4명 등 총 7명으로 6년새 반토막이 났다.그나마도 정연재·연서·연덕 형제들이 부모님의 전근으로 강원도로 이사를 오면서 강원다이빙 꿈나무 계보를 잇고 있는 상황이다.강원도청팀 4명 중 기존 선수인 김진용,이성혜는 강원체고 출신이지만 지난해 입단한 임재영과 올해 입단한 조현경은 타지역 출신이다.김은희 코치는“조관훈 등 강원도에서 국가대표 배출도 많이 했었는데 점차 선수 풀(Pool)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전국체전 메달을 딴 김진용도 2008년부터 10년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은퇴를 하게 되면)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도내 다이빙 꿈나무 육성이 어려운 것에는 지난해 불거진 강원수영연맹에서 발생한 횡령사건 등으로 대한수영연맹이 대한체육회의 관리지정단체로 지정된 영향도 크다.강원도교육청에서는 관리단체로 지정된 종목에 대해 훈련비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정연재·연서·영덕 선수는 전지훈련을 통하지 않고서는 하계훈련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만큼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교육청 지원없이 학교예산 등의 빠듯한 훈련비로 올해를 준비해야하는 것도 힘들지만 학업과 병행해야하는 점도 고달프다.훈련이나 대회 등 모두‘공결’로 처리는 가능하지만 실제 학생선수들이 수업에 불참해야하는 부담감은 크다.그나마 올해는 경기체고에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연재군을 비롯한 강원다이빙 꿈나무들은 낮에는 경기체고에서 수업을 듣고 아침,저녁으로 훈련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전세계의 비인기 종목의 고충은 비슷하다.홍천 하이트진로 양궁 선수단도 지난해 원주시 육성팀과 도장애인양궁팀의 양궁장 사용으로 공간협소를 들어 하이트진로 양궁선수단의 원주양궁장 이용 불가를 통보받았으나 홍천군이 올해 훈련장을 조성키로해 한숨을 덜었다.원주 상지대 소프트볼팀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변변한 훈련장이 없는 상황이다.이외에도 지금도 여러 종목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공정한’ 스포츠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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