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농촌의 농부들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새벽 4시쯤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쇠죽을 끓였다.최근엔 주변에서 보기 어려워졌지만 집집마다 부엌에 서는 솥은 3개 이상이었다.가장 큰 가마솥은 쇠죽을 끓일 때나 두부를 만들거나 엿을 골 때 사용됐으며 중간 솥은 밥을 지을 때,가장 작은 솥은 국을 끓이거나 점심이나 간단한 요기를 할 때 사용됐다.
정월대보름은 아이들에게도 무척 바쁜 하루였다.낫을 하나 들고 대문을 뛰쳐나가 뒷동산에 올라가서 잎이 바늘같이 밀생한 노간주 나뭇가지를 몇개 잘라와서 볏짚으로 이은 지붕에 던지면서 ‘노래기’라 외치고 그 다음엔 절구를 들고 마당가의 채소밭에 나아가 밭을 향해 절구질을 했으며 방에 들어와 밤,호두 같은 부럼을 깨고 이어 귀밝이술도 한 잔 마시고 오곡밥을 먹은 다음엔 동무들에게 더위를 팔고 쥐불놀이 통을 만들었다.쥐불놀이 통은 적당한 크기의 깡통에 구멍을 뚫어 철사로 손잡이를 만들면 된다. 점심 후엔 겨울 내내 띄우며 놀았던 연을 날려보내고,다음엔 주위의 논둑과 밭둑을 모조리 불태웠다.남의 밭둑이나 내 밭둑이나 가리지 않고 태웠으므로 그 밤에 오줌을 싸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다.쥐불놀이의 전통은 겨우내 자생했을지 모르는 해충을 죽이고 불태운 재로 새싹의 밑거름이 되게하는 선조들의 지혜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저녁을 일찍 먹고 달맞이에 맞춤한 동산에 짚 한 뭇을 들고 올라가 달집을 짓고 달이 뜨기 시작하면 불을 높아 소원을 빌었다.그동안에 어른들은 두래패,윷놀이로 축귀를 했다.막걸리는 집집마다 풍년이었다.입춘,설,정월대보름,우수,경칩 철은 한반도에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절기이고 주변의 산야에는 생강나무,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하고 온갖 녹음 방초가 움을 틔우기 시작하는 계절이다.정월대보름을 게기로 차고 시린 북서풍은 청화한 봄내를 싣고 온 남동풍에게 자리를 내준 절기이며 온갖 산새,파충류 등의 번식이기도 하다. 조종권 시인·평창군 봉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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