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환승   이화여대 교수
▲ 용환승
이화여대 교수
민주선진사회의 기본은 법치다.그리고 법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은 상식(common sense)으로 해결한다.배심원제도와 판례법도 법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생겨났다.이러한 원리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우리가 알고 있는 전문지식은 로봇에게 가르쳐줄 수 있지만,로봇이 모르는 것은 상식이었다.전문지식은 제한적인 내용으로 소프트웨어로 만들 수 있지만,상식의 범위는 정리된 것이 없었다.그래서 특정한 일을 잘하는 로봇은 만들어 이미 자동차 등 제조분야에서는 로봇들 수 십만 대가 현장에서 24시간 일을 수행하고 있으나 범용성을 가지는 현장에서는 로봇의 활용이 제한적인데 그 이유는 상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율자동차의 딜레마라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차량이 주행 중에 사람이 끼어드는 돌발상황에서 어떻게 해야만 하느냐하는 것이다.선택은 건너는 사람을 치거나 급히 방향을 전환해서 옆의 벽에 부딪치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경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있다.즉 운전자를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을 보호할 것인 가의 문제이다.상식으로는 어린이와 여성을 먼저 구하도록 되어 있다.이와 같은 상식이라는 방대한 세계를 학습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상식은 문화와 연결이 된다.서양의 상식과 동양의 상식이 다르다.그래서 상식을 어떻게 체계화하여 로봇에게 학습시킬 것인가가 연구 과제이다.
쓰레기 봉투는 구청별로 표시가 되어 구입하도록 되어 있다.만일 타지역에서 구입한 봉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이사를 했을 때 그 전에 구입해놓았던 봉투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최근에 시민의 편의를 위하여 지역 구분 없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허용되었는데 이와 같은 것이 상식적인 업무처리의 사례다.통신사에서는 가족들이 같은 통신사의 휴대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결합하는 경우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그래서 갔더니 휴대폰 가입후 1개월 반 이내에 신청해야만 할인을 해주며 기간이 지나서 안 된다는 것이다.결합할인은 고객을 위한 것이고,단지 늦게 신청했다고 할인을 안 해주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
상식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규정이 부동산 중개료율이다.세금의 경우 고소득에는 고세율제도를 적용하는 게 대체적인 상식이다.그래서 자동차세의 경우 배기량이 커지면 과세비율이 높아져서 대형승용차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부동산 중개료의 경우는 금액이 커지면 중개료율이 낮아지도록 되어 과다한 수수료를 받지 않도록 되어 있어야 한다.그러나 건설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6억까지는 수수료가 0.6에서 0.4로 낮아진다.6억 이상이 되면 다시 수수료율이 높아져서 9억 이상이면 0.9가 된다.과세율이 낮아지다가 다시 높아지는 기현상이 적용되는 것이다.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상식에 맞지 않는 법을 만들면 대학생들이 공인중개사와 경매에 뛰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상식에 맞는 법을 가진다는 것은 인권만큼이나 중요하다.모든 것을 법조문으로 만들 수는 없고,일반적 도덕과 상식에 맞추어 판단하고 운영해야 한다.아이를 가진 엄마를 처형하지 않는다는 것,새끼를 가진 동물도 풀어준다는 것 등 자연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다른 나라에서는 동물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육식을 금하기도 하고,고통을 주지 않고 죽이는 하늘과 땅 사이를 두루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문화를 보여준다.아무리 오래된 문화라고 해도 글로벌 시대의 상식에 맞추어 지킬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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