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장진   수필가
▲ 황장진
수필가
“꼬끼오~ 꼬끼오~” 마구간의 수탉이 새벽의 고요를 깬다.홰치는 소리가 푸드덕댄다.기와집,대숲 집,오동나무 집의 닭도 덩달아 울어댄다.“꼬끼오~ 꼬끼오~” 집집이 반딧불 같은 등잔불이 켜진다.산골짝 새벽이 여명의 나팔수 따라 열린다.베적삼 바지 입고 논물 보러 가시는 아버지의 오른쪽 어깨엔 삽이 올라타 덜렁덜렁 호강한다.어머니는 부엌에서 가마솥에 쇠죽 끓이려고 아궁이 장작에 불을 집히려 화롯불을 뒤적여 잔불을 찾는다.통통한 암소 녀석도 부스스 일어나 왕방울 눈을 부라린다.“쨍 쨍” 사랑방 할아버지의 놋쇠 재떨이 두드리는 소리가 마당의 고요를 깬다.장죽 담배 대의 담배를 다 피우신 모양이다.“할아버지,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냐,내 새끼도 잘 잤니?” 할머니께서 반긴다.앞산 마루 하늘이 닭 볏같이 불그레하다.툇마루 독에서 이가 빠진 바가지로 좁쌀과 옥수수를 떠 마당에다 ‘워워’ 하면서 뿌린다.퇴비더미를 뒤지던 닭들이 종종걸음으로 모여든다.삐악삐악 병아리 떼를 몬 어미 닭 발길도 바쁘다.꼬부랑 부리들이 열났다.수탉과 암탉,중닭과 병아리 합해 서른 마리는 될 성싶다.하양,노랑,검정이다.병아리들은 제 어미 곁으로만 맴돈다.제발 이들이 여우,늑대,살쾡이의 먹이가 되지 말아야 할 텐데….설이나 추석,산소 갔을 때 맛보는 닭고기의 고소한 맛은 고기 중에 제일이다.요즘은 이런 토종 암탉은 보지를 못한다.우리나라의 닭에 관한 설화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김알지의 탄생에서부터 나타난다.“신라왕이 어느 날 밤에 금성 서쪽 시림 숲속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호공을 보내어 알아보니 금빛의 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그 궤를 가져와 열어보니 안에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는데,이 아이가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그 뒤 그 숲의 이름을 계림이라고 하고,신라의 국호로 쓰이기도 하였다.닭은 아주 먼 옛 부터 사람과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닭은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 가운데 제일 많다.지구촌에 약 200종이나 살고 있다나.닭은 머리에다 볏을 달고 있어 멋지다. 닭고기는 소나 돼지보다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하여 소화 흡수가 잘 된다.어린이나 위장이 약한 이들에게 좋은 단백질원이다.올해는 ‘붉은 닭의 해’ 다.붉은 수탉의 고기는 성질이 미온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여성의 대하 등을 다스리고 몸을 보하고 독을 없앤다.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귀신을 쫓는다.붉은 닭의 해,이제 시국도 안정의 나팔수에 발맞추어야 한다.가정마다 일터마다 안정 속에서 달걀 꾸러미처럼 만복을 받아드릴 준비를 서두르자.국민이 뜻만 모으면,대한민국의 앞날은 여명처럼 금방 밝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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