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헌   속초양양교육장
▲ 김종헌
속초양양교육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붐 조성을 위해 강원도 전체가 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좀체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그 이면에는 국정농단의 검은 손길이 문화와 스포츠계에 드리운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예산편성에서도,기금조성에도,행정력 결집에도,분위기 조성에도 영향력을 끼쳐 강원도민들을 여러 가지로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쇼트트랙 4차 월드컵대회에서 보여준 여자 계주 3000m의 4연속 우승은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줬다.캘거리 1차 대회,솔트레이크시티 2차 대회와 상하이 3차 대회에 이어 네 번째로 펼쳐진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에 최종 결승전 주자로 나선 심석희,최민정,김지유,노도희 등 4명의 어린 선수가 보여준 환상의 호흡은 우리 어른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록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는 스피드스케이팅 보다 치열한 레이스 과정을 거쳐 최종 결승전을 통과해야 순위가 결정되는 쇼트트랙의 묘미에 더 열광한다.쇼트트랙은 치열한 코스 다툼의 역동성,뒤처졌던 선수가 한 번에 치고 나가 ‘발 내밀기’로 스케이트 날 반개의 차이로 승부를 뒤집는 극적 반전의 묘미와 1등으로 잘 나가다가도 다른 선수의 실수로 같이 넘어지면 승부에서 밀려나는 억울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등 우리가 사는 모습들이 그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쇼트트랙의 계주 경기는 언제 보아도,몇 번이고 반복해 봐도 질리지 않는다.그것은 그 속에 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계주 경기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네 명의 선수가 비슷한 경기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며,네 명 모두가 환상의 찰떡 호흡을 자랑해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갖추어지는 능력이 아니다.부단한 연습과 같은 팀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것이 다가 아니다.경기 중 언제 앞으로 치고나가야 할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하고,끼어들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다른 나라의 선수를 늘 견제해야 하는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말아야 한다.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음 주자를 밀어주는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즉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기록경기인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마라톤과는 또 다른 다양한 변수들을 가지고 있으며,그 변수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에 계주경기에 많은 이들이 더 열광하는 것이다.
3000m 쇼트트랙 여자 계주 경기를 보는 내내 나는 그 어린 선수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면서도 내심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같은 세대의 어른으로서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입만 열면 나라와 국민을 앞세우면서도 자신이 속한 정당과 자신의 입지를 위해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모른다.’,‘기억나지 않는다.’,‘말할 수 없다.’라는 비겁한 행태를 일삼는 몰염치한 행정가들을 보면서 나는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이제 우리 어른들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잘못된 점은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그리고 무엇이 진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는 정치가만 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우리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더 나아가서 다음 세대의 등을 힘차게 밀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약력△속초고, 춘천교대 졸 △속초 온정초교 교장, 속초양양교육지원청 교육장 △‘문학마을’ 시인 등단 △전 한국문인협회 속초지부 회장 △설악문우회(갈뫼동인) 회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