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포근했던 날씨가 이번 주말 다시 추워질 것이라 한다.너무 춥다싶으면 어느새 수은주가 올라가 있고,겨울답지 않다 싶으면 맹위를 떨치는 게 요즘의 날씨다.올 들어 영상의 날씨에 일부지방에 비까지 내리면서 겨울축제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그러나 며칠 사이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으로 떨어지고 쩌렁쩌렁 얼음이 언다.변덕이 심한 것 같지만 오락가락하는 것이 있는 그대로 자연이다.
한동안 온난화 때문에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하다’는 겨울날씨의 패턴이 사라졌다고 요란을 떨었다.중국 대륙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이번 주말 강추위가 몰아치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다시 풀릴 것이라고 한다.최근 이런 날씨가 전형적인 삼한사온 현상이라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주말의 한파 예보가 이전 같이 강렬하게 들리지 않는다.아무리 춥다고 한들 이미 절기는 봄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4일 이미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지났다.해를 넘긴 눈은 그대로 쌓여있고 두께를 더한 얼음은 영 녹을 것 같지 않다.그러나 남녘에서는 봄의 전령사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눈 속에서 노란 자태를 드러내는 복수초(福壽草)가 배시시 동장군의 무장을 해제시킨다.황금색 잔을 닮아 측금잔화(側金盞花),설 무렵에 보인다고 원일초(元日草),눈 속에서 핀다고 설연화(雪蓮花)라고 불린다.
긴 겨울의 끝에서 매화를 만나는 기쁨을 맛보는 것도 이맘때다.중국 오(吳)나라 때 강남 태수로 있던 육개(陸凱)는 북방의 친구 범엽(范曄)에게 시 한수를 띄운다.“매화를 꺾다가 역리를 만났으니(折梅逢驛使)/한 가지 전해 농두인에게 보내노라(寄與?頭人)/강남에 사는 이 가진 게 없으니(江南無所有)/다만 한 가지 봄꽃으로 대신하노라(聊贈一枝春)” 매화 한 가지로 남쪽의 꽃소식과 우정을 전한다.
“백옥당 앞의 한 그루 매화가(白玉堂前一數梅)/오늘 아침에 문득 꽃이 피었네(今朝忽見數花開)/한 계집아이가 문을 꼭 닫고 있으니(兒家門戶重重閉)/봄 빛이 들어올 곳이 없네(春色因何入得來)"(설유한의 ‘春女怨’).매화가 보이면 날씨야 궂거나말거나 봄은 걸음을 재촉한다.한파가 온다지만 저 계집아이가 문을 열어젖힐 날이 멀지않았음을 알겠다.혼돈의 시국에도 속히 봄소식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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