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음식]
대보름 아침에 부럼·귀밝이술
전날에는 장수빌며 오곡밥
진채식·복쌈 대표 기복메뉴
우리 조상들은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정월대보름이 되면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한 해 건강과 풍요를 기원했다.민족의 뜻깊은 명절을 맞아 바쁜 가운데 잠시 가족,이웃들과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정월대보름의 음식 중 오늘날에도 가장 잘 전해지고 있는 것은 ‘부럼’이다.‘부럼깨기’는 정월 대보름 아침 일찍 일어나 날밤이나 호두,땅콩같은 단단한 견과류를 깨물어 이를 튼튼하게 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것으로 “1년 내내 무사태평하고 부스럼(종기)이 나지 않게 해 주소서”하고 빌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풍습이다.부럼은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물기도 하지만 노인네들은 이가 좋지 않으므로 몇 개만 깨문다.깨문 부럼은 껍질을 벗겨 먹기도 하지만,처음으로 한 번에 깨문 부럼은 마당에 버린다.평소에 먹어보기 어려운 견과류를 먹으며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를 갖기도 했다.호두나 땅콩 같은 영양가 높은 음식을 미리 먹여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려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기도 하다.또 깨물고 부수고 씹는 과정을 통해 겨울철에 위축돼 있던 신체 리듬을 깨워주는 역할까지 한다.
정월대보름의 대표 메뉴는 역시 오곡밥이다.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에는 곡식들이 잘 자라길 기원하는 의미가 있어 찹쌀,차조,붉은팥,찰수수,검은콩 등의 곡식 중 5가지를 섞어서 지어 먹었다고 한다.이렇게 지어진 오곡밥은 가족끼리 먹기 전에 집안 곳곳에 두어 가신들께 바쳐서 건강과 풍요를 기원했다.오곡밥은 대보름 전날 지어먹는데 꼭 장수를 빌며 먹어야 한다고 전해진다.오곡밥은 하루에 아홉 번 먹되 아홉 가지 나물과 함께 먹어야 운수 대통한다는 속설이 있다.더욱 재수가 좋으려면 각기 다른 성을 가진 세 사람의 이웃과 나눠 먹는 게 좋다.오곡밥은 찹쌀을 씻어 30분 이상 불린 다음,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나머지 곡식을 섞어 적당량의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센 불로 끓인다.밥물이 끓어오르면 골고루 섞어주고 찰기가 느껴지면 불을 약하게 줄여 15분 이상 뜸을 들이면 부드러운 오곡밥이 된다.
정월대보름 오곡밥은 진채식(陳菜食)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진채식이란 묵은 나물을 뜻한다.옛날 정월대보름에는 아직 봄나물이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지난 가을에 말려서 보관해 놓았던 나물을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볶고 무쳐서 오곡밥과 함께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했다.지금은 한겨울에도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시절이지만 정월대보름에 먹는 나물은 가급적 말린 식재를 사용 하는 것이제격이다.호박고지,박고지,말린가지,말린버섯,고사리,고비,도라지,시래기,고구마순 등 가을에 말려둔 고들고들한 나물을 께에 불려 양념한 후 볶으면 풍미가 좋다.오곡밥과 함께 구운 김에 싸먹는 복쌈도 정월대보름에 먹는 기복 메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술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정월대보름 아침에는 술을 한잔 마시곤 했는데 이를 ‘귀밝이술’ 이라고 한다.한자어로는 이명주(耳明酒)·명이주(明耳酒)·치롱주(治聾酒)·이총주(耳聰酒) 등으로 부른다.귀밝이술은 데우지 않고 차게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귀밝이술은 말 그대로 마시면 귀가 좋아지는 술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맑은 청주를 한 잔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차게 해서 마시면 정신이 나고, 귀가 밝아진다”고 해서 생긴 풍습이다.귀밝이술을 마실 때 어른들은 “귀 밝아라 눈 밝아라”라는 덕담을 한다. 안영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