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과 마주하는 느낌은 언제나 낯설다.어색하고 부담스럽다.혼란스럽다.확신이 들지 않는다.무엇을 해야하는지,목표가 무엇인지 가물가물하다.학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립된 인생을 시작하는 졸업생들의 심정이 이와 같다.주변의 시선은 항상 부담이다.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더스틴 호프만이 1988년 열연한 영화 ‘졸업’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떠올려 보라.영화 막바지에 그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깨닫고 실행에 옮기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사랑보다는 생존이 먼저니까.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가라(Stay hungry.Stay foolish).마음이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제대로 찾았다면 바로 알게 된다.때로 인생이 당신의 뒤통수를 때리더라도 결코 믿음을 잃지 말라’.애플 최고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한 말이다.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는다.청년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최근들어 대학졸업자의 평균실업률은 3.5%를 넘나든다.전체 청년 실업률보다는 낮지만 대학원과 입대,졸업유예 등을 따지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취업문이 닫혀버린 상황에서 “Stay hungry.Stay foolish”라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낯간지럽다.
27.2%.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졸업유예자 수치다.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0명중 2.7명이 ‘졸업유예’를 선택했다.취업을 위해서는 졸업보다 졸업유예가 낫다는 판단.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07~2013년 사이 졸업유예자의 취업률은 73.3%~80.3%로,일반 졸업자의 취업률(69.4%~77.4%)보다 높다.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을 황량한 자본주의 정글로 등 떠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꿈을 가져라!생각을 바꿔라!행동하라!빌게이츠와 마크주커버그,팀 쿡 등 유명인사들이 인생의 출발점에 선 졸업생들에게 전하는 말이다.맞다.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그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다.당장 졸업하고 싶지만 소수에게만 일자리가 주어진다.‘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그 럴 수 없다.왜냐고?무대가 주어지지 않는데 어디서 춤을 추겠나.졸업생들의 봄은 아직 멀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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