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근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
▲ 이성근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
2012년 마이클 포터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CSV)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기업을 연구하는 경영학자들이나 기업인들에게 논쟁의 새로운 불씨를 지핀다.그렇지 않아도 기업에 대한 철학,경영이론이 답보를 하고 있는 차에 좋은 담론의 소재가 생겼다.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이라는 전통적인 기업의 역할인식에 대한 도전이자 대안인셈이다.기업들에게 광범위한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적절한 면피가 되고 있다.
2016년 숭실대학교의 김근배 교수는 ‘아담스미스의 따뜻한 손’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아담스미스는 결코 기업의 편이 아니라 근로자의 편이었다고 주장한다.직업선택의 자유가 없던 중세유럽의 근로자들에게 시장의 논리는 근로자에게 해방의 기회였다.말이 좋아 도제제도이지 근로자를 구속하는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아담스미스의 시장논리는 노동자에 대한 구속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시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 창출(CSV)에 대한 논쟁처럼,그 중심이 사회적 관점인가 아니면 기업적 관점인가 하는 것이다.미국식 경영학을 공부한 대부분의 경영학자들은 아마도 사회적 관점보다는 기업적 관점,즉,기업의 경쟁력,효율성,성과 등을 강조하는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이익이 전제되지 않는 사회적 책임이란 여전히 공허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화두가 사라졌다.누가 경영하든 그것이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며,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경영의 주체는 다르다는 것이다.성과만을 놓고 보면 경영의 주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공유가치 창출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활동의 영역은 포터가 관심이 있었던 가치사슬의 내에서만 유효하다.기업의 이익 공유도 가치사슬의 범위로 한정된다.여전히 성과와 효율의 논리가 지배해고 있으며,기업의 철학이 여전히 테일러의 동작연구나 시간연구의 시기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학계가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도 그 맥락이 같다.
점차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이 사람의 논리는 제쳐두고 기계의 논리만을 채택하고 있다. 지나치게 예측이 되지 않는 환경에 대한 대응으로 기업들은 가장 안전한 의사결정 선택한다.사내에 유보 자금을 엄청나게 쌓아놓고도 자금의 용처를 판단하지 못한다.불확실성에 대한 안전장치로 자금을 확보하고,당장 불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팔다리라도 잘라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자칫 왜 기업을 경영하는가하는 이유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로 돌아갈 때다.가뜩이나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업을 만들고,그 기업을 성장시켜온 창업 2세,3세들이 왜 기업을 경영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때다.신기하게도 훨씬 효율성에 집착한 미국의 기업들은 정작 경영승계에 큰 관심이 없으며,경영승계를 너무 자연스러게 해온 유럽의 강소기업들은 이상하리만치 효율성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 그들이 효율성에 집착을 하든,아니면 경영승계에 집착을 하든 그들이 우량기업이 되는 것은 그들이 왜 기업을 경영하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에서 인간으로,그리고 성과에서 지속가능으로,직장에서 삶의 터전으로 기업의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주장의 핵심은 지속가능 개념이나 영성작업장으로서의 기업 등고 같이 기업경영의 무게중심을 약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다시 공기업 등으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효율성과 이익 논리를 걷어내야만 정치권에서 말하는 일자리의 문제가 일부 해결된다.어떤 정치가가 주장한 논리처럼,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려면 무게중심을 인간으로 옮겨야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