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독자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얼마나 행복하십니까.혹시 덜 행복하시다면 이제부터라도 좀더 행복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매년 신입생을 만날 때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나를 가진다면 권력,가족,돈,애인 중에 뭘 선택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곤 합니다.그리고 갈수록 돈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발견하면서 할 말이 많아집니다.“빌 게이츠가 놀기 위해 1년에 휴가를 몇 일이나 사용하는가?”,“내게 지금 돈 5000원을 줄 테니 한 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말고(잠도 자지 말고) 멍하게 있으라고 한다면 나는 거절하겠네” 등과 같은 이야기를 하며 토론을 이끌어갑니다.요즈음은 대학생들에게 공무원이 전보다 더 인기 직종이 되었습니다.‘내가 공무원이 되어 이 나라와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기특한 일입니다.그러나 ‘안정된 직장을 잡은 후 여유시간을 즐겨야지’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므로 ‘자네가 공무원 선발 권한을 가졌다면 자네와 같은 생각을 가진 지원자를 선발할 것인가,아니면 공무원이 되어 나라와 사회가 더 살기 좋아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원자를 선발할 것인가?”라고 묻곤 합니다.
취미가 직업이라면 일이 즐거워질 텐데 직업을 통해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한다면 취미로 여기는 사람들보다 능률이 낮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행복을 가장 쉽게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달성값·기대값입니다.내가 원하는 것과 비교하여 얼마나 많이 도달했는지를 측정해 보는 것입니다.당장 현금 100만원만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100만원이 주어지면 행복할 수 있겠지만 C모 씨처럼 돈을 모으는 게 취미인 경우는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도 허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아마도 오래 전의 종교 지도자들께서는 이런 수식에 대해 모르셨겠지만 “마음을 비우라”는 말씀을 많이 남긴 것이 ‘기대값을 낮추면 달성하기가 쉬워지므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신 듯합니다.그러나 자본주의 시대가 시작된지 수백년이 지난 지금 ‘기대치를 낮추라’는 방법으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생각을 바꾸자는 것입니다.누군가가 약속시간에 늦으면 화가 나겠지만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클라이막스에 오르고 있는데 친구가 나타나면 ‘조금만 더 늦게 오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필자는 군의관 복무를 위해 훈련을 받을 때 “이 때 아니면 언제 체중을 뺄 만큼 운동을 해,헬스센터 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자”라던 친구 덕분에 훈련기간을 덜 힘들게 보낸 경험이 있습니다.출근길에 버스를 놓치면 그렇지 않아도 운동이 부족한데 걸어가겠다는 결심을 하고,건강검진 결과 이상소견이 발견되어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면 빨리 이상소견을 찾아낸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시다.중년을 지나가면서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음을 더욱 실감하고 있는 필자는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매일 저녁 때마다 다음날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또 행복한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각자가 조금씩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이를 누림으로써 우리 사회 모든 분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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