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국정농단 사태가 막바지로 치닫는다.시절은 벌써 모든 것이 풀린다는우수(雨水).그러나 어지럽고 또 어지럽다.황망하다.마지막 남은 단추 하나가 후두둑~떨어져나가며 속옷이 흘러내리는 느낌.더는 감출 것도 없는 알몸뚱이 그대로다.체면,체통,자존심 따위는 어디로 갔는지….한 인간 또는 정치집단이 추구해온 가치가 송두리째 무너져내린다.아니, 그 가치는 모두 허상이었는지도.헛 것에 농락당한 국민들만 또 허탈하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세상의 연속.금방이라도 전쟁이 벌어질 것 같고,나라가 결딴날 듯하다.재벌총수의 영장청구에 국론이 분열되고,대통령 후보 말 한마디에 희비가 엇갈린다.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던 지도자는 스스로 판 비정상의 웅덩이에 갇히고, 통합을 외치던 지도자들은 분열의 길로 들어선다.길 끝엔 평생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개인적 ‘욕망’이 자리하고….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오죽할까.더럽고 역겹다.
책임,희생,헌신을 목숨처럼 여긴다는 보수의 가치는 어디로 갔을까.새누리당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다.환골탈태라고 말한다.쇄신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것도 사실.그러나 김문수 씨를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한때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유신공주’라고 했다.3선 국회의원,경기지사 재선을 배경으로 대통령후보까지 거론된 그가 요즘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한다.‘침묵의 살인’으로 일컬어지는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발언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을 정도.그가 추구하는 보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인가.하루가 멀다하고 변하는 그의 모습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한낮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오르며 꽃 향을 전하지만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사이비 봄을 경계하는 까닭.국민 모두 얼음처럼 차고 눈처럼 깨끗한 ‘빙설옥질(氷雪玉質)’의 매화 같은 세상을 원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 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당나라 스님 황벽(黃蘗) 선사가 읊은 ‘박비향(撲鼻香)’으로 “뼈를 깎는 추위를 만나지 않았던들 매화가 지극한 향기를 어찌 얻을 수 있으리오”라는 뜻이다.작금의 난세에서 지도자들이 깨우쳐야 할 가르침이거늘….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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