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춘   강릉우체국장
▲ 이용춘
강릉우체국장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홍보와 광고용 현수막과 플래카드를 많이 볼 수 있다.내용을 알리고 신뢰를 얻어 매출액 증가나 성공적인 행사개최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신뢰를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근래는 인증마크나 성능실험 결과 등을 게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신뢰를 뜻하는 영어 trust의 어원은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 trost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우리는 누군가를 믿을 때 마음이 편안해 진다.상대가 혹시 배신하진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배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95년에 출간한 ‘트러스트’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비교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일본 등은 고신뢰 사회이고,중국·이태리 등은 저신뢰 사회다.그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저신뢰 사회다.97년 한보사태가 발생하여 신뢰가 무너지고,이어서 경제위기가 왔을 때 후쿠야마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다.우리나라에 대한 그의 분석이 날카로운 면도 있지만 억지로 꿰다 맞춘 부분도 있다.하지만 한 나라의 경쟁력이 신뢰수준에 좌우된다는 논지는 충분히 평가해줄만한 가치가 있다.
칠푼의 사실과 서푼의 허구로 이루어졌다는 소설 삼국지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에서 시작한다.태어난 때는 다르지만 죽음은 같이하자며 의형제를 맺은 이 결의는 ‘서로간의 신뢰’가 생명이다.이 셋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으며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관우와 장비가 죽었을 때 유비는 복수를 계획하나 제갈량을 비롯한 많은 참모들이 사사로운 복수를 위한 전쟁을 반대했다.그러나 신뢰를 중시한 유비는 결국 전쟁을 시작하고 이릉전투에서 패함으로써 죽는다.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개인의 신뢰를 국가이익보다 우선한 문제는 분명 있다.그러나 죽으면서까지 신뢰를 지키려한 점은 신뢰를 경시하는 우리사회 풍조에 많은 시사를 준다.
OECD가 작년에 조사한 35개 회원국의 사회신뢰도 결과를 보면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우리나라에서는 26.6%가 그렇다고 응답해 23위로 평균 36%에도 훨씬 못 미쳤다.대한상의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도가 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국가 수준(69.9%)으로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높아져 4%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지난해 하반기에 내놓았다.근거로 ‘신뢰자본이 확충되면 규제가 감소하고,이는 기업가정신 고취로 이어져 투자가 증가하며,경제가 성장한다’는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한 신성장 경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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