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교   전 언론인·수필가
▲ 정현교
전 언론인·수필가
빙상 경기가 그렇게 신나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컬링이 그렇게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경기일줄 몰랐고 피겨의 우아함은 김연아 선수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고 여겼는데 선수들의 실제적인 은반의 몸짓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짜릿함은 더 말 할 나위없는 종목이었다.신명을 어쩌지 못해 환호했고 괴성까지 질러댔다.응원용 막대풍선을 휘두르느라 엉덩이를 들썩였다.어깨를 내리누르는 나이도 깜박하고 있었다.선수들의 역동적 질주는 관중들을 열광케 만들기에 충분했다.스피드 스케이트의 희비는 0.001초.그 찰나의 순간이 희비를 가르다니!
세월에 떠밀려 살아온 나로선 가슴이 서늘했다.동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는 내게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든 계기였다.그저 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던 경기들을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는 내게 직접적 관전의 기회가 되었던 것. 선수들은 은반을 누비며 갈채를 받았고 그런 그들의 목에는 환희의 메달이 걸렸으며 관중의 신명을 불렀다.특히 우리선수에게 메달이 수여될 때는 내가 심석희였고 이상화였다.이승훈선수의 기록 경신은 나의 응원으로 이뤄진 수훈으로 착각되기도 했다. 테스트 이벤트 경기가 개최되는 동안 나는 정말 즐거웠고 그 짜릿함에 매료되었다.전에는 느끼지 못한 올림픽 개최도시민의 충동적 자존감에 휩싸일 수 있어 뿌듯했다.본격 개최는 앞으로 1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국민으로서 강원도민이며 강릉시민임이 자랑스러웠다.
러시아의 소치는 몰랐어도 소치가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라는 사실은 안다.일본의 삿포로 또한 그렇게 인식 되었다.내년 이맘때면 세계인들이 평창 올림픽에 환호할 것이며 강릉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의 갈라 쇼에 매료될 것이다. 내가 그 나라 그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히 자랑스럽다.어쩜 올림픽 경기장에서 환호하고 열광하는 내 모습이 세계로 퍼져나갈지도 모르는 일.이제 우리는 세계인이 기억하게 될 글로벌 국민으로 도약하는 것이다.경기장 안팎에서 관람객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부러웠고 비엔날레와 신날레의 수준 높은 전시와 공연이 신났고 전통문화 올림픽 기획현장의 분주한 몸짓들이 믿음직스러웠다.
비록 내가 한 것은 아니어도 세계인들에겐 그런 모두가 자랑거리일 거라 생각이다. 질서를 실천하고 온몸으로 응원하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출발 전 쉿- 할 때 경기장의 매너를 지키는 것과 같은 수준 높은 국민의 자세도 올림픽 개최지역 주민의 책임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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