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사람들은 왜 분노할까.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는다.“국정농단의 기술자인 ‘법꾸라지’가 법망을 찢었다”거나 “권력에 기생하고 사법정의를 유린한 타락한 공직자를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국정농단,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자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에서 서늘한 한기가 느껴진다.분노는 한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검찰조직과 사법부 전체로 옮겨 붙는다.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본질은 ‘국정 사유화’다.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아무런 권한이 없는 최순실 씨에게 넘기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최 씨의 범죄가 우 수석 등 청와대공직자의 비호와 묵인,방조 하에 저질러졌다는 의혹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민들이 ‘주권을 도둑맞았다’고 여긴 것이다.주권재민(主權在民)을 뼛속 깊이 새길 수밖에 없는 상황.“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궤변은 집단 지성과 광장의 민심을 뒤흔드는 기폭제가 됐고.
국민들이 ‘나라 망신을 시킨 대통령을 가졌다’는 자괴감에 치를 떠는 상황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선한 의지’를 언급, 또 다른 분노를 자아냈다.국정농단사태에 대해 “(박근혜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하려고 그랬는데 뜻대로 안된 것”이라고 한 그의 말은 생뚱맞다.그의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말에는 분노가 빠져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라고 비판하면서 ‘분노’라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그의 말처럼 분노는 불의를 단죄하고, 정의를 세우는 밑거름 아니던가.
인도 출신 작가 판카지 미슈라는 최근 펴낸 ‘분노의 시대-현재의 역사’라는 책에서 ‘증오와 분노의 기원’을 18C에서 찾는다.세계를 뒤흔드는 이슬람 폭탄 테러와 브렉시트,트럼프현상이 자유와 안정,번영이라는 근대의 약속을 누릴 수 없었던 이들의 저항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루소가 예견한 것처럼 ‘부와 지위를 누리기 위한 경쟁이 엄청난 잔혹함’으로 귀결된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국정농단 세력과 그 부역자들의 행태를 보자.그들의 목표는?두말할 것 없이 돈과 권력!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는 잔혹한 현실이다.미슈라가 분석한 결 다른 ‘분노’가 무겁게 느껴진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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