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오스틴 등 26명의 미식가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 담아
그들 삶 지탱해온 맛 감정 추적
식탐일기 - 정세진

▲ 식탐일기 - 정세진
▲ 식탐일기 - 정세진
“당신이 먹는 것을 나에게 말해보라.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이 남긴 말이다.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음식은 어떤 사람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강릉출신의 저자가 쓴 ‘식탐일기’는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을 소개한다.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맛있는 음식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바로크 음악의 대가로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사랑한 음료는 이교도인 이슬람의 음료 ‘커피’였다.바흐의 커피사랑은 커피를 사랑하는 딸과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려는 아버지의 갈등을 그린 ‘커피 칸타타’를 작곡하는데에 이른다.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홍차 마시는 시간을 즐겼다.소설 ‘오만과 편견’은 오스틴이 홍차 한 잔을 즐기면서 나눈 사랑과 연애,결혼에 대한 소소한 수다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했다.
▲ 원두를 갈아서 작은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끓이고 식히기를 반복하면서 추출하는 터키커피.
▲ 원두를 갈아서 작은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끓이고 식히기를 반복하면서 추출하는 터키커피.
이와 함께 운치에 죽고 운치에 살았던 조선 선비 송강 정철의 못 말리는 술 사랑,1950년대 유럽의 한국인 유학생 전혜린이 잊지 못한 헝가리언 굴라시,음악가로서만큼 미식가로 유명했던 로시니를 울게 한 음식,빅토리아 시대 영국 음식 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 찰스 디킨스의 명작들,우아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 오드리 헵번을 구해준 초콜릿,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맥주 등 그들의 삶과 그들이 사랑한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애틋한 감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이들에게 음식이 단순히 먹는 즐거움을 떠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고,고통의 치유제였으며 삶의 가치관을 투영하는 대상이었음을 보여준다.저자는 “음식은 보다 다채로운 인류의 역사를 써 나가는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릉여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2003년부터 3년간 ‘주간한국’에 ‘문화 속 음식기행’을 연재했던 기자 출신 작가다.272쪽 1만6000원 파피에.
안영옥 okisou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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