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곶감을 참 잘 접으셨다
몇 번이고 잘근잘근 잘 주물러주고
감 씨가 물속에 놀듯 유들유들해지면
처맛밑 눈서리에 감을 말린다
풍화로 삭힌 곶감에 새색시 뽀얀 분이
향그럽게 오르면 싸리꼬챙이에
노오란 국화문양으로 마감한다
감칠맛 나는 곶감 한 개 살짝
빼먹을 때마다 바라보던 대관령의 전설,
한 구비 한 구비 돌때마다
하나씩 빼먹다 마루에 올라서니 곶감 하나

남았다던 오래 숙성된 그 진실

그 하나가 인류문명의 시작이고
크게는 우주가 되고 작게는 태극이 되어
하나의 진리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니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도 하나가 되어
성스러운 평창의 하늘을 빛나게 한다
대관령의 전설, 남은 곶감 하나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불꽃이 되어
온 인류가 하나가 되고 통일의 기운이
봄풀 돋듯이 돋아나는 시원의 역사가 되리라

심재칠 경포중학교장·시인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