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래   삼척교육문화관장
▲ 홍성래
삼척교육문화관장
윷놀이는 대표적인 세시풍속으로 설부터 보름까지 사이에 가장 많이 한다.이것을 윷치기가 아닌 윷놀이라 하는 것은 경쟁이 아닌 놀이라는 의미일 것이다.요새 놀거리가 많은 젊은이들은 잘 하지 않지만 아직은 골목길에 윷놀이대회나 척사대회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민속놀이를 사회양극화의 교사범이라고 하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그러나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즐기던 놀이를 어느 순간 다시 생각해보다가 깜짝 놀라 약간은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보았다.
첫째,빈익빈 부익부 방식의 문제다.도개걸보다는 윷모를 치면 말이 더 멀리 간다.멀리 가는 것을 사회적인 부라고 생각하면 도개걸은 빈자요, 윷모는 부자다.그런데 빈자는 제 가진 것만 가지고 윷모를 친 부자는 한 번 더 쳐서 추가의 부를 가지고 가니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빈곤의 대물림처럼 궁핍에 익숙한 삶을 살아야 하는 방식이다. 둘째,‘너 죽고 나 살자’ 방식의 문제다.내가 걸을 쳤는데 걸길에 상대의 말이 있으면 잡고 좋아한다.상대는 섭섭하지만 나는 좋으니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셈이다.상대는 퇴출시키고 나는 승리한 병사가 전리품을 챙기듯 한 번 더 친다.너의 발목을 잡아 태기치듯 말판 밖으로 내보내고 나는 또 윷을 던지니 이것이 바로 ‘너 죽고 나 살자’ 방식인 것이다. 셋째,지역에 따라 다른 함정과 후퇴의 방식 문제다.말판 특정자리에 만들어놓은 함정에 빠지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함정이고,후퇴는 빽도라고 하여 한 칸을 후진하는 것이다.처음에 연속으로 후진하면 바로 나는 행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극히 힘든 일이다.
독자들 중에는 놀이 하나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붙였다고 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그러나 생각해보자.이런 놀이문화의 무의식이 승자독식의 사회, 이로 인한 피해의식이 팽배한 날선 사람들이 많아지는 원인이 되어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어도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면 윷놀이가 바로 사회양극화의 잠재적인 교사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멈추면 아쉬워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식으로 윷놀이 방식의 변경을 제안해본다.윷이나 모를 쳐도 더 치는 것 없고 도개걸윷모 아무 것을 치더라도 앞으로 갈 때 상대의 말이 있으면 잡지 않고 그만큼 앞으로 밀어주고 나는 선행을 하였으니 상으로 한 번 더 던지는 식으로 하여 잡지 않고 서로 도와주는 윷놀이를 해 보자는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