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강원 기독문인 회장

▲ 김기태 강원 기독문인 회장
▲ 김기태 강원 기독문인 회장
봄내 골(春川)의 봄은 개나리와 진달래꽃 망울로부터 오는 걸로 알았다.노랑꽃 붉은 꽃을 피우는 봄날을 기다리는데,언론에서는 3월 말쯤이 될 거라고 전해준다.입춘,우수가 지나면 지열이 높아져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의 입이 열린다는 ‘경칩’을 앞둔 오늘,춘천 동면 만천리 솔밭에는 백로가 ‘봄소식을 날개에 달고 왔어요’ 인사를 하며 “하~악 하~악” 소나무 위를 휘돌며 소리 지르다 사뿐히 내려앉더니 곧 날개를 펴고 창공을 향해 오른다.지난해 여름,전원주택에서 아파트로 삶의 터전을 옮긴 첫날 아침,창문을 여니 가까운 숲속 소나무 군락지에 흰 점이 촘촘하게 보이다가 하늘 높이 날아가는 물체가 있었다.바라보니 백로의 우아한 모습이다.‘아! 백로’ 감탄하며 우리 가족은 매일 창문을 열고 백로의 비상을 보며 행복했다.그러나 8월 하순 폭염 중에 백로들은 소문 없이 멀리 떠나가 아쉽고 섭섭했다. 그랬던 백로가 어제도 안보이더니 오늘 오후,따뜻한 햇살을 가르고 ‘원창고개’ 쪽에서 훨훨 무리지어 날아오더니 지난해 그 자리 그 소나무 위를 돌며 날개를 흔들고,지난해 지어놓은 낡은 둥지 옆에 둘러앉는다.한 마리,열 마리,숫자가 늘어 장관을 이룬다.
춘천에 백로가 서식한 연대를 문헌에서 찾아본다.1910년대부터 적은 수의 백로와 왜가리들이 날아오더니 1960년대 이후 춘천호,의암호,소양댐 등의 인공호수가 생기자 백로와 왜가리의 개체수가 늘어나고,3월 중순에 와서 5월 중순에 새끼를 낳아 기르다가 10월경에 남쪽으로 가는데 어느 해에는 무려 3000여 마리가 떼 지어 떠났다고 한다.
춘천시에서는 1982년11월3일 ‘강원도기념물 제44호’로 지정하고‘춘천만천리 백로 및 왜가리 번식지’라는 이름으로 보호관찰하고 있다.동쪽의 대룡산 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만천리 박씨 묘역 일대의 울창한 소나무가 백로들의 서식지로는 적격인가 보다.그런 백로가 금년 따라 예년보다 일찍 온 것을 보면 우리에게 ‘봄소식’을 전하며 삶의 활력을 주려는 배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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