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에 평생 참여했으면서도 뭔가 주도적으로 제사상을 차려야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디에 무엇을 놓아야할지 상차림을 알지 못한다.긴 세월 봤지만 의식적으로 익히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 기억재생에 도움을 못주기 때문이다.우리는 자신의 신념에 유리한 것은 받아들여 내 기존의식을 강화하는데 쓰지만 반면 나에 반하는 정보는 쉽게 배제시키는 편향속에서 살고 있다.사람을 사귀는 것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것 등 우리의 일상적 선택에는 늘 편향적 기울어짐이 있는 까닭이다.
자동차 왕 헨리포드는‘성공 비결이라면 자신의 입장과 동시에 타인의 입장에서 그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한다.오바마 대통령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겨준 유산 중 으뜸인 것으로 말 한마디를 꼽는다.‘네게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의 그 한 마디인데 오바마가 소통과 공감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로 바로 어머니가 강조하던 그 ‘역지사지(易地思之)’덕분이었다고 회고한다.
편향이 있다면 고쳐 균형적 사고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그러나 태극기와 촛불 두 집단의 첨예한 주장과 대립을 보면서 모든 편향이 다 고쳐져야하는 대상은 아님을 깨닫는다.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접점을 도저히 찾기 어려운 정도에서는 존재를 그냥 인정 하는 것이 맞다는 말이다.
특검이 대통령에 대한 총 13개의 혐의를 발표했고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선고를 남겨놓고있다.수 많은 팩트와 증거가 있으니 원칙에 따라 법리적 심판이 이뤄질 것이고 국민은 그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법이 구속력과 권위를 갖는 것은 공평한 잣대라는 믿음 때문일 것인데 비록 내 생각과 같지 않아도 그리고 그 판결이 마뜩지 않아도 믿음을 저버리고 불복하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전쟁에 이겼느냐 졌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이 끝난 뒤에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이다’라는 귀절이 책 ‘로마인 이야기’에 나온다.촛불로 불의에 항거하는 시민적 성숙함을 보여주었던 저력으로 탄핵심판선고 후 촛불 태극기가 한 마음으로 법에 승복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한다.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동주상구 (同舟相救) 운명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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