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책만으로는 무리” 정부 차원 경제적 지원 절실
김영란법 시행에 소비심리 위축
식품 선물세트 판매액 -14.4%
물가 상승·손님 감소 매출 타격
대형마트 자체브랜드 상품 확대
소규모 상점 가격 경쟁 절대 불리

▲ 경기불황과 소비위축 등으로 도내 자영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춘천 운교동의 한 매장이 폐업정리를 하고 있다.  사효진
▲ 경기불황과 소비위축 등으로 도내 자영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춘천 운교동의 한 매장이 폐업정리를 하고 있다. 사효진
강원도내 자영업자들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탈출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대응 홍보,물가상승대비 전략,박리다매 등 불황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결과는 매출급락,소비자 외면,폐업 등으로 이어지고 .지난해부터 김영란법에 대응하기 위해 ‘영란세트’를 만드는 등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않은 상황이다.이 때문에 나홀로 자영업자,경기불황에 점포를 정리한 소매점,노동시간대비 수익 저하로 속칭 ‘투잡’(두개의 직업)을 뛰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물가안정화 정책,소비활성화 대책 등 정부차원의 해결책이 시급하다.

■ 소비절벽 심화
김영란법 시행이후 위축된 소비심리는 농산품 유통시장 자체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악재라는 분석이다.정부는 김영란법을 시행한 지난해 9월 이후부터 사례별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업 및 외식업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부터 1월 27일까지 식품 선물세트 판매액은 4585억원으로 2015년 동기에 비해 14.4% 줄었다.이중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1242억원으로 작년보다 25.8%나 감소했다.
세부 품목으로는 과일,소고기,수산물의 매출이 각각 31.9%,24.4%,19.8% 줄었다.농산물유통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3개월만에 설 선물세트 판매량이 73%대로 떨어졌고 수입산 비중은 전체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꽃집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꽃은 뇌물이 아니다’ 등 김영란법 대응 캠페인과 함께 할인행사를 마련했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춘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조민숙(51)씨는 “김영란법 때문에 생긴 경기불황 요소는 어느 정도는 괜찮다는 식의 소극적 접근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며 “굳어버린 소비자 인식을 자영업자 개인의 노력으로 바꾸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뛰는 물가에 매출 타격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물가도 자영업자들의 매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물가인상에 가격을 올리거나 마진을 축소시키는 등 자구책에도 손님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p 가까이 오르면서 4년여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라면과 주류,식용유 등 먹거리 가격은 물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 발생 등으로 인한 축수산물 가격 인상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유류비 인상 등 생활밀착형 물가들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정부는 정부비축 물량 유통,긴급 수입,가격 안정시기 조사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원주에서 퓨전 한식당을 운영하는 강지석(44)씨는 작년말부터 오른 물가에 월 매출이 평년대비 20% 줄었다.정부비축 물량과 수입산 재료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수입산은 손님들이 외면했고,도내 유통업계 중 정부비축물량을 수급한 점포는 농협과 일부 대형마트가 전부였다.결국 인상된 식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메뉴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등 쓴 맛을 봐야했다.강 씨는 “시간제 아르바이트 직원 2명의 급여를 지급하고 재료값을 빼면 한달에 150만원 벌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재 불경기는 간단한 응급처치가 아니라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급변하는 유통환경
강릉에서 잡화점을 운영 중인 김영진(38)씨는 최근 대형마트의 영업방식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대형마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준메이커 여행용 가방,여성패션 아울렛 등 지역상점만 누렸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 영역까지 자체브랜드(PB)상품을 만들어 침투했기 때문이다.이 여파로 김씨는 대형마트 만큼 할인을 거듭하는 등 박리다매 전술을 폈지만 경영은 나아지질 않고 있다.김씨는 “PB상품은 유통금액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에서 지역상점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대형마트에 고스란히 손님을 뺏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 전략은 지역상권 매출 하락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도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PB상품 중 여행용 가방은 3만원대로 같은 크기와 품질의 인근 소매점(9만원)보다 66% 가량 저렴했다.쌀도 3만원대로 지역 쌀(5만~6만원)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유통과정이 있는 소매점 구조상 웬만한 할인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가격이다.이로인해 작년 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업계의 PB제품 매출비중은 20~30% 웃돌았지만 도내 중소형마트들과 소매점포의 매출은 그 만큼 밑돌았다.편의점들도 음료 등 일부 상품들을 PB상품으로 내놓고 있어 토종마트와 중소형마트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서신구 한국은행 강원본부 기획조사부장은 “물가상승 기조의 장기화 등 각종 악재들이 소비심리를 움켜쥐면서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경기불황도 고조된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의 자구책만으로는 현재 경기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내수활성화를 위한 소비촉진 등의 경제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끝> 신관호 gwan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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