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다시 찧어라”. 쿵!쿵!쿵!청나라 태종을 향해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를 하는 인조의 이마가 벌겋게 피로 물들었다.한번 절을 할 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바닥에 찧는 삼배구고두례.조선은 그렇게 무너져내렸다.380년 전인 1637년의 일이다.전쟁(병자호란)발발 45일 만에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에 마련된 수항단(受降壇)에서 청 태종에게 치욕적인 항복례를 거행한다.그후 조선의 백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고.환향녀(還鄕女)도 이 때 생긴 말이다.
사드 보복에 나선 중국과 중국인들의 태도가 가관이다.10억의 인구를 가진,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는 G2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 롯데마트를 폐쇄시키고 한국관광을 가로막는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시정잡배나 할 짓을 버젓이 해놓고 “그런 일 없다”고 잡아뗀다.겅솽 중국 외교부대변인은 한한령(限韓令)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그러고도 현대판 ‘삼배구고두례’를 강요하는 그들의 심보가 과거 역사의 판박이다.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義勇軍進行曲)’을 부르며 한국 제품을 불도저로 깔아뭉개는 퍼포먼스가 전쟁을 연상케 한다.섬뜩하다.가사의 내용을 보자.‘일어나라/…/우리의 피와 살로/우리의 새장성을 쌓자/중화민족에 닥친 가장 위험한 시기/억압에 못 견딘 사람들의 마지막 외침/일어나라!일어나라!일어나라!/ 우리 모두 일치단결하여/적의 포화를 뚫고/전진하자/적의 포화를 뚫고/전진 전진 전진 전진하자’.오성기를 휘두르는 그들에게 한국은 ‘적’이다.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나라가 엉망진창이 되면서 주변 국가들이 모조리 적으로 돌변하고 있다.그들의 국가(國歌)에서 피비린내가 물씬 풍긴다.미국의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은 ‘포탄의 붉은 섬광과 창공에서 작렬하는 폭탄이 밤새 우리의 깃발이 휘날린 증거’라고 노래하고,러시아 국가에서도 ‘쳐들어오는 적을 무찌르고…’라는 노랫말이 보인다.이런 나라들 틈바구니에서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부르는 처지가 안타깝다.언제까지 ‘하느님’만 찾아야 하는 건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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