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방송이 있었다.사건을 극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면 연예인 패널들이 유죄 무죄를 판정하고 그에 대해 다수의 변호사들이 견해를 말하는 포맷이었다.연예인들은 그냥 상식 수준에서 대답할 뿐이니 당연히 답이 갈렸었는데 근데 변호사들 조차 답이 서로 다른 경우가 왕왕 있었다.물론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그들이니 대부분 변호사들이 같은 의견이었지만 그래도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법이란 원래 그렇다.법리라는 수학공식같은 기계가 있어서 거기에 넣으면 정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 라고 책 ‘헌법의 풍경’은 말한다.사실 헌법재판소의 사건은 첨예한 대립이 전제되는 어려운 사건들인 만큼 만장일치 판결은 기대하기 어렵다.그래서인지 이번 박 전대통령 파면결정이 만장일치라는 것에 사람들은 주목한다.만장일치 즉 집단응집력이 큰 것은 잘 훈련된 법률가의 균형있는 법률적 사고방식이 동일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탄핵인용이 마땅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까닭이다.
사저 앞에서 보여주었던 박 전대통령의 환한 미소와 마지막 말이 아쉬움을 남긴다.헌재의 결정에 승복못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는 그 말이 없었더라면,최소한 당당함을 잃지 말자고 단단히 마음먹어 저렇게 오버의 미소를 머금나보다 하면서 우리는 측은지심이라도 가졌을지도 모른다.국민 80% 가깝게 찬성하는 초유의 탄핵인용에 이르기까지 자기 편향적인 현실 인식 수준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퇴임사로 ‘진실한 사과와 승복 그리고 통합메세지’를 기대한다는 것이 부질없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박근혜 관련 모아둔 컬럼들을 살펴보니 자주 언급되었던 단어들이 눈에 띤다.‘부성콤플렉스’‘자기 신념에 갇힌’‘시대상황 객관적으로 인식못해’‘엥그리 박근혜’등등이다.초지일관 박 전대통령은 상식과 도리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이 올바르고 합당하다고 우기는 견강부회(牽强附會) 모습이다.최인훈 책 ‘광장’은 ‘삶은 실수할 적마다 패를 하나씩 뺏기는 놀이다’라고 한다.최순실이 출현한 순간,국민신뢰를 잃은 순간 다 빼앗긴 패인데 뭘 연연하는건지...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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