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학교 통폐합 가속]
아이들 교육위해 두집 살림도
최근 5년간 문 닫은 학교 24곳
고성·영월 통폐합 대상 70%
권고 기준 강화 지역 존립 위협
도교육청, 희망재단 마련
적정규모 학교 육성 나서

▲ 지난 2월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된 홍천 화계초 노일분교장의 교실 풍경.3년 전만해도 학생수가 9명이던 이 학교는 최근들어 5명으로 급감,학교 통폐합이 결정됐다.
▲ 지난 2월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된 홍천 화계초 노일분교장의 교실 풍경.3년 전만해도 학생수가 9명이던 이 학교는 최근들어 5명으로 급감,학교 통폐합이 결정됐다.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학교가 없어지자 귀농한 젊은이들이 교육을 위해 다시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학교통폐합이 귀농귀촌까지 가로막는 요소로 등장했다.교육부의 학교 통폐합 권고기준에 따르면 고성·영월군은 통폐합 대상 학교가 70%에 육박한다.학교 통폐합은 이제 지역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학교 통폐합이 가속화되자 강원도교육청은 ‘강원교육희망재단’을 중심으로 적정 규모 학교 육성에 돌입했다.

■ 학교 통폐합에 수도권으로 유턴
경기도 일산에서 살다가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뛰노는 삶을 선물하고 싶어 3년 전 홍천 북방면으로 이사를 온 A(44)씨.A씨의 두 아들은 최근 남양주로 전학을 갔다.아들들이 다니던 화계초 노일분교장이 지난달 10일 졸업식을 끝으로 통폐합됐기 때문이다.3년 간 노일분교장에서 공부하던 아들들은 지난 2일부터 남양주에 위치한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각각 공부하고 있다.
홍천을 찾을 때만 해도 지금같은 상황은 상상도 못했다.자신의 아버지,아이들의 외할아버지의 모교에서 아들들이 공부한다는 소식에 설레였던 A씨다.막상 다녀 본 학교는 기대 이상이었다.학생 수가 적다보니 교사와 학생간의 친밀도는 더욱 높았고,“모르는 건 집에가서 엄마에게 물어보라”고 하던 대도시 교사와 달리 이 곳에서는 교사들이 아이들 눈을 마주치며 수업을 진행했다.날이 좋으면 개울가에 나가 물놀이도 하고 직접 심은 배추로 김장을 담가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대도시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하지만 이 학교 역시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학교 통폐합의 칼날을 피해가진 못했다.A씨 자녀가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9명이던 학생수는 6명으로,5명으로 줄어들더니 올해 결국 통폐합이 결정,화계초 노일분교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학교가 문을 닫게 되자 A씨는 다시 대도시로 눈을 돌렸다.어차피 통학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차라리 대도시가 낫겠다 싶었다.A씨는 “중학교로 진급해야 하는 큰 아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2학년이 되는 작은 아이만큼은 노일분교장에서 계속 공부시키고 싶었다”며 “강원도가 좋아 귀농했다가 학생수를 기준으로 한 통폐합 정책 때문에 홍천과 남양주를 오가는 ‘두 집 살림’을 하게 돼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 도내 10개 시·군 학교 수 절반 축소 위기
교육당국은 A씨와 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강원도에서는 지난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446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최근 5년 사이에 문을 닫은 학교는 24곳에 달한다.2013년 한 해 동안 정선에서만 4곳이 통폐합됐으며 2016년의 경우 도내에서 8개 학교가 문을 닫아 최근 5년새 가장 많은 학교가 통폐합 된 해로 기록됐다.올해도 홍천 속초초 노천분교장,홍천 화계초 노일분교장,삼척 하장초 역둔분교장,인제초 가리산분교장을 통폐합한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도내 아동(0~17세)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강원지역 아동수는 지난 2015년 2015년 25만3556명으로 2012년 27만9546명 보다 9.29% 감소했다.같은 기간 인구 감소율이 강원도보다 높은 곳은 서울(10.5%)과 광주(9.6%)가 유일하다.강원도와 같은 처지로 분류되는 전북과 전남,충남은 각각 9.2%,9.1%,5.3%가 감소,강원도보다 나은 형편이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읍·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을 점차 강화하고 있어 강원도내 지자체는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강원연구원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과 대응’에 따르면 현행 기준안보다 읍·도시 지역의 권고 기준은 강화됐다.권고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국의 23%인 2474개교가 대상이 되며 강원도의 경우 현재 학교 수의 45.5%인 306개교가 통폐합 위기에 놓인다.전국에서 세번째로 높은 규모다.무엇보다 강원도내 18개 시·군 중 10곳은 현재 학교 수의 50% 이상이 통폐합 될 처지다.고성·영월군은 70%에 달하고 횡성·홍천·화천·삼척이 60% 이상,속초·양양·양구·정선은 50% 이상이 통폐합 될 것으로 분석됐다.

■ 강원도내 적정 규모 학교 육성 본격화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강원도교육청은 ‘강원교육희망재단’을 중심으로 적정 규모 학교 육성에 나섰다.강원도와 상황이 비슷한 전남·전북 교육청,광주시교육청,충남·충북 교육청 등과 연대기구를 결성해 학교 통폐합 정책에 공동대응하기로 방침을 세웠다.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농어촌 교육발전 특별법’ 통과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또 사라져가는 강원도내 각 학교의 역사를 복원하는 프로젝트와 재원 마련을 위한 소액 기부 활성화에도 나설 계획이다.김영철 도교육청 부교육감은 “인구 급감의 현실로 볼 때 강원도내 학교 통폐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지는 만큼 지자체에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현 tpgu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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