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지난해 10월 31일 최순실씨가 검찰청사 포토라인에서 남긴 말이다.이날 포토라인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빗발치는 카메라 플래시와 기자들의 질문공세,여기에 시민단체의 규탄시위까지 겹치면서 포토라인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그 북새통에 남겨진 최씨의 프라다 신발 한짝이 당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포토라인(photo line)은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편의를 위해 접근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진 촬영 제한선을 이른다.유명 인사에 대한 취재를 위해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 경우 혹시 발생할 지도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자들이 한 발씩 물러나 촬영이나 취재를 하자고 정한 일종의 약속선인 것이다.이는 취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취재를 위해 서로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 주된 목적이다.
포토라인은 1993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검찰소환이 계기가 됐다.당시 정 회장은 국민당 대표로 대통령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그런데 정 회장이 검찰청사 앞에 나타나자 많은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고,이 와중에 한 사진기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정 회장 이마와 부딪히며 상처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이후 사진기자협회와 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질서있는 취재를 위해 공동으로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포토라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그동안 검찰청사 앞에 섰던 수많은 유명인사 때문이다.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는 인사들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거나 “모든 진실은 검찰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거나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하거나,“패장이 겪는 고초 아니겠는가”라며 마치 피해자인냥 대답하기도 했다.그러나 대부분 관련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오늘(21일) 검찰청사 앞에 설치되는 포토라인에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이 포토라인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출석하는 자리이자,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국민과 첫 대면하는 공간이다.우여곡절 끝에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수밖에 없는 박 전대통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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