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허와 실 <상> 실태
파프리카 등 수출작목 농가
고용부에 인력 264명 신청
배정 53명뿐 농지 텅 비어
농민 “농장 규모 축소 불가피”
철원지역에서 외국인 인력이 아니면 농사를 짓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곳은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 수출작목을 주로 생산하는 김화읍과 근남면 일원의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이다.이들 지역 250여 농가에는 600명 가량의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해 농사일을 거들고 있다.시설재배라 자동화 설비를 갖춰 필요 인력을 최소화했지만 가족(부부·자녀)인력과 외국인 근로자 등 한 사람이 평균 3300㎡(1000평) 규모의 농지를 관리해야 한다.
같은 시기,같은 작목을 생산하는 시설농업의 특성상 주민끼리는 품앗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 인력을 한 명 배정받지 못하면 그만큼의 시설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다.올해는 210명 정도를 못받았기 때문에 단순계산만으로도 69만4214㎡(21만평) 규모의 농지를 묵혀야 한다.
자칫 욕심을 냈다가는 농약·비료값 등 부대경비를 포함해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울며 겨자먹기로 농지를 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다.농민들로서는 피눈물이 나는 현실이다.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이번에 2명을 신청했으나 배정 받지 못했다”며 “3년전 배정 받은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가 4월 계약이 끝나 떠나면 우리 부부가 관리할 수 있을 만큼 농장 규모를 줄여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또 다른 농민은 “이번에 신규로 1명만 신청해 배정받을 줄 알았는데 300번 이상 후순위로 밀려 파프리카 종묘를 신청해야 할지말지 고민하고 있다”며 “영농규모를 너무 줄이면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져 한 해 농사를 아예 접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