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허와 실 <상> 실태
파프리카 등 수출작목 농가
고용부에 인력 264명 신청
배정 53명뿐 농지 텅 비어
농민 “농장 규모 축소 불가피”

▲ 본격 영농철을 앞둔 22일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의 한 시설하우스 안에서 농민이 외국인 근로자가 없어 텅빈 시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 본격 영농철을 앞둔 22일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의 한 시설하우스 안에서 농민이 외국인 근로자가 없어 텅빈 시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올해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외국인 고용 허가제에 따른 농촌 신규 인력 배정에서 철원지역은 171개 농가에서 264명을 신청했으나 35개 농가 53명을 배정받는데 그쳤다.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자체적으로 인력 수급이 어려운 농촌지역은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실태와 대책을 2회로 걸쳐 싣는다.

철원지역에서 외국인 인력이 아니면 농사를 짓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곳은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 수출작목을 주로 생산하는 김화읍과 근남면 일원의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이다.이들 지역 250여 농가에는 600명 가량의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해 농사일을 거들고 있다.시설재배라 자동화 설비를 갖춰 필요 인력을 최소화했지만 가족(부부·자녀)인력과 외국인 근로자 등 한 사람이 평균 3300㎡(1000평) 규모의 농지를 관리해야 한다.
같은 시기,같은 작목을 생산하는 시설농업의 특성상 주민끼리는 품앗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 인력을 한 명 배정받지 못하면 그만큼의 시설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다.올해는 210명 정도를 못받았기 때문에 단순계산만으로도 69만4214㎡(21만평) 규모의 농지를 묵혀야 한다.
자칫 욕심을 냈다가는 농약·비료값 등 부대경비를 포함해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울며 겨자먹기로 농지를 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다.농민들로서는 피눈물이 나는 현실이다.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이번에 2명을 신청했으나 배정 받지 못했다”며 “3년전 배정 받은 캄보디아 출신 근로자가 4월 계약이 끝나 떠나면 우리 부부가 관리할 수 있을 만큼 농장 규모를 줄여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또 다른 농민은 “이번에 신규로 1명만 신청해 배정받을 줄 알았는데 300번 이상 후순위로 밀려 파프리카 종묘를 신청해야 할지말지 고민하고 있다”며 “영농규모를 너무 줄이면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져 한 해 농사를 아예 접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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