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는 아니지만 밝게 자라준 아이들 보면 흐뭇”
2012년부터 두 남매 대리 양육
식당일 하며 친자식 처럼 키워
고정 지출 제외하면 적자신세
도내 요보호아동 연간 270명
재정지원 확대·제도 정비 절실

▲ 대리양육 가정위탁보호자인 박금자(57·고성)씨와 두 남매.
▲ 대리양육 가정위탁보호자인 박금자(57·고성)씨와 두 남매.
“친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키워주지만 오히려 아이에게 감동을 받고,대리위탁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기쁨을 늘 느끼고 있습니다.”
대리양육 가정위탁보호자인 박금자(57·고성)씨는 지난 2012년부터 위탁아동이 된 두 남매를 키우고 있다.박씨가 두 남매와 함께 생활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2012년 남매의 친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부터다.당시 친모가 양육을 포기하면서 각각 한살,두살이던 이들 남매는 더이상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없게 됐고,‘요보호아동’으로 분류됐다.
친부는 경제적 여건 등의 문제로 현재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다.부모의 이혼·가출·실직 등으로 발생하는 요보호아동은 연고자 가정이 나서지 않을 경우 대부분 보호시설로 보내진다.부모의 이혼·가출·실직 등으로 발생한 도내 요보호아동은 지난 2012년 262명,2013년 239명,2014년 330명 등 연간 270명씩 발생하고 있다.아이들이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최악의 상황을 원치않은 박씨는 자신도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두 남매를 대신 맡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두 남매의 할아버지(60)가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지면서 형편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덩달아 두 남매의 양육환경도 악화됐다.결국 박씨가 쓰러진 남편 대신 식당에 나가 일을 했지만 그가 손에 쥔 돈은 100여만원뿐.어린 아이들까지 돌보면서 식당일까지 병행한 박씨는 안그래도 불편한 다리상태가 점점 악화돼 지난해 1월 무릎수술을 했다.박씨는 “생활비와 병원비를 위해 식당일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몸상태가 악화돼 일과 양육을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당시 너무나 힘들어 죽고싶은 생각도 수도없이 했지만 자꾸만 어린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고 말했다.박씨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지자체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하기 일쑤였다.박씨는 “동사무소에 찾아가 애들만이라도 도와달라고,병원비라도 지원해달라고,그렇게 하소연을 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안타깝게 바라본 주변 이웃들의 민원으로 그제서야 박씨는 기초수급생활자로 선정돼 한달 90여만원의 수급비를 지원받게 됐다.여기에 위탁가정이 받는 지원금(1인 15만원)으로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병원비,월세 등에 쓰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특히 현재 첫째인 김우영(7·가명)군의 경우 지난해 ‘지연된 이정표’라는 진단을 받은 후부터 하루에도 3번씩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박씨는 “친부모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잘해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해준 게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다른 가정보다는 부족하지만 밝게 자란 아이들이 할아버지,할머니 걱정을 할 때마다 키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친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이 무너지면서 부모에게서 멀어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도내 이혼건수는 지난 2013년 3725건,2014년 3671건,2015년 3486건,2016년 3486건 등 한해 3000여건에 달한다.지난해(3486건) 기준 하루평균 9.5쌍이 갈라섰다.이로 인해 부모가 아닌 다른 가정에서 위탁보호를 받는 도내 위탁아동은 1207명(지난해 7월기준)에 달한다.이중 박씨처럼 조부모가 양육하는 대리위탁이 907명(75.1%)으로 가장 많고,친·인척위탁 219명(18.1%),일반가정위탁 81명(6.7%) 등이 뒤를 이었다.하지만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고령의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면서 상대적으로 부실한 교육환경,의사소통 부재 등 각종 문제도 낳고 있어 경제적 지원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특히 최근에는 미혼모들의 아동위탁 신청도 늘고 있는 추세지만,열악한 처우와 환경문제로 아동을 돌봐줄 위탁부모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강원도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각각 다른 환경에 있는 위탁아동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지만,현실적인 재정 지원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며 “상처받은 아동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제도정비와 세분화된 맞춤형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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