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강원지역본부장
▲ 이동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강원지역본부장
1969년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두 대의 자동차 보닛을 모두 열어둔 채 1주일간 방치하는 실험을 했다.보닛만을 열어 둔 차량은 처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했지만,유리창이 깨진 차량은 배터리와 타이어가 분실되고 낙서와 파손으로 심하게 훼손 돼 있었다.
이 실험은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사소한 것들을 방치해두면 나중엔 더 큰 범죄와 사고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설득력을 부여하는 이론으로 아무리 사소한 문제점이라도 미리 개선해야만 향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그간 이 이론은 기업의 경영이나 범죄현상 등 여러 분야에 접목되어 왔다.
지난 20년 간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유 일반재산을 관리하며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도 ‘깨진 유리창 이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국토 전체 면적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는 국유재산 중 우리 공사가 관리하는 국유 일반재산이 2016년말 기준 62만 필지로 재산가액은 19조4000억원에 이르고 있어,지금은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문제점이라도 개선을 하지 않고 방치해 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말이 있다.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이 자주 사용해 유명해진 말로,미국 서부 개척시대 술집에서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는 단골에게 공짜 점심을 주던 데서 유래했다.하지만 실제로 공짜로 제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점심값은 이미 술값에 포함돼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즉 내가 먹은 점심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국유재산의 이용도 마찬가지이다.‘국유재산=공짜’라는 인식이 깨진지 오래임에도 여전히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국유재산은 그 재산가액의 1~ 5% 상당의 대부료를 내고 사용해야 하는 ‘유상대부’가 원칙이다.국유지 사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고 유상대부 문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우리 공사는 작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직불금 자료를 토대로 무단점유를 유상대부로 전환하는 한편,비도시지역의 주민을 위해 ‘찾아가는 국유재산 설명회’를 개최해 국유재산 매입·대부 등 이용방법에 대한 안내와 현장 민원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9시와 9시1분은 다르다’는 말이 있다.사소한 문제라도 관심을 가지고 즉각 해결하느냐,아니면 1분이라도 지체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국유재산의 무단사용을 묵인하는 것이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깨진 유리창이 될 수도 있다.국유재산의 무단점유 해소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이런 문제일수록 깨진 유리창의 이론을 국유재산 관리 전략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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