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강원’은 옛말이다.기상캐스터가 매일 아침 그 사실을 일깨운다.“강원도를 중심으로 미세먼지농도가 ‘한때 나쁨’ 단계를 보이겠습니다.오염물질이 정체하고 축적됨에 따라 나타난 결과입니다”.이 말은 이제 일상이 됐다.실제로 그렇다.앞 산이 멀어지고,아파트가 저 만치 밀려난다.사람과 자동차들이 희뿌연 공간에 둥둥 떠 다닌다.산꼭대기에서 바라본 산맥이 일렬로 정돈하지 않고 마구 뒤엉킨다.중국과 서울에서 쏟아지는 미세먼지 탓이다.
미세먼지(10㎛ 이하)와 초미세먼지(2.5㎛ 이하)로 나뉘는 이 대기부유물질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탄소와 유기탄화수소,질산염,황산염,유해 금속성분 등으로 구성돼 폐 깊숙이 침투한다.혈액에 스며들어 우리 몸 구석구석을 초토화 시키는 것도 시간 문제.미세먼지에 노출되는 빈도가 커질수록 호흡기와 심혈관계에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고,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면서 밥상이 달라졌다.미세먼지 공포증을 없앨 치유밥상이다.그 앞자리를 ‘미나리’가 차지했다.독특한 향과 효능으로 주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미나리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미나리의 역사는 깊고 멀다.6C 중국 문헌 ‘제민요술’은 물론 통일신라시대 문헌에도 자주 등장한다.절기에 따른 농가의 일과 풍속을 노래한 조선시대 농가월령가 첫 대목에도 “움파와 미나리를 무순에 곁들이면 보기에 싱싱하여 오신채를 부러워하랴”며 미나리를 예찬한다.중국 기록에도 “입춘날에 무와 미나리로 채반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했다”고 했다.
미나리는 4계절 어느 때나 먹지만 봄에 제 맛이 나는 ‘봄 채소’다.칼슘과 칼륨,비타민A와 C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몸의 열을 없애고 갈증을 해소하며 간 기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향과 맛이 일품이어서 탱탱하게 살이 오른 미나리를 먹는 것은 ‘봄을 먹는 것’과 같다고 했다.끓는 물에 살짝 데쳐 강회를 만들어 먹거나 생채,숙채,김치,전 또는 찌개,매운탕의 재료로 쓰인다.해독 작용이 뛰어나 체내의 불순물을 해독하는데 탁월하다.간장 질환이나 생즙 요법에 필수적인 식품으로 쓰이기도.동의보감에서는 “미나리가 대소장(大小腸)을 잘 통하게 하고,황달,부인병,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라고 쓰여있다.바야흐로 미나리 계절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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