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주) 한진 상사 (속초)

photo_caption
 속초의 (주)한진상사(대표 이규철)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불황을 모른다. 시대를 앞서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과 일본, 미국, 유럽시장 등에 시장개척의 결과다. 이달초 일본 고베에서 열린 수산물 전시회에 냉동게살 및 조미 오징어를 출품한 한진상사는 현장 상담을 통해 오는 6월까지 110만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또 현재 미국 보스턴시에서 열리고 있는 식품 박람회에 자사 수산물 가공제품을 출품, 북미시장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제조업의 불모지인 속초에서 수산물 가공업으로 제조업의 명맥을 지켜온 한진상사의 역사는 20여년을 훌쩍 넘어섰다.
 70년대 가내 수공업 형태의 수산물 가공·판매 단계를 거쳐 지난 81년 속초시 청호동에 대지 770평, 건평 326평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창업했다.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를 할복→ 탈피→ 자숙→ 조미과정을 거쳐 맛깔스런 오징어채로 만든 '조미 오징어'가 주요 생산품이었다.
 한진상사에서만 생산됐던 붉은 빛을 띠는 '홍진미'는 특유의 맛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86년 한진상사는 붉은 대게(일명 홍게) 가공으로 제 2의 창업기를 맞는다.
 87년 기존 공장과 150여m 떨어진 곳에 대지 1천157평, 건평 431평 규모의 한진상사 제 2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인 붉은 대게 가공 생산을 시작했다.
 속초 동북방 60∼260마일 해역의 수심 800∼2천m 심해 어장에서 직접 잡아들인 신선한 붉은 대게는 탈갑→ 세척→ 다리절단→ 1차자숙→ 1차냉각→ 탈육→ 2차 자숙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 완제품은 육질 파괴를 막기위해 영하 45℃에 급동결된다.
 20여년간 오징어와 붉은 대게 가공에만 전념하며 갖춰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ISO 9001 : 2000 인증을 받으면서 객관적인 생산 및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90년대 이후 전반적인 수산업 및 수산 가공업의 퇴조속에서도 한진상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력 외에 원료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이란 또 다른 노력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79t급 97 한진호를 비롯 4척의 통발어선이 붉은 대게 잡이에 나서고 있으며 월 평균 21만㎏을 잡아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오징어의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동해안 조미 오징어 가공업 전반에 위기가 닥치자 한진상사는 96년 멕시코 현지 법인을 설립, 원료의 안정적 확보 체계를 구축했다.
 한진 멕시코는 이제 원료 공급 뿐만 아니라 근로자 600명, 1천500평 규모의 공장을 갖추고 반제품 생산기지로 역할이 강화됐다.
 특히 한진상사는 전체 매출의 40% 물량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냉동게살은 100%, 조미오징어도 40% 정도가 일본과 미국시장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유럽, 동남아 등지로 수출시장을 확대, 창업이래 지난해까지 1억5천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수출가 하락 등으로 동해안 수산업 가공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던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기술력과 품질, 대외신인도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수출신장을 기록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87년 500만불 수출탑을 받았으며 지난 97년에는 강원도민일보사와 강원도가 제정한 제 1회 강원중소기업 대상을 수상하는 등 한진상사는 화려한 상훈을 자랑하고 있다.
 한진상사는 또 지난 87년 일본인 기술자를 초청, 동해안에 가리비 양식업의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다가오는 '잡는 어업'의 한계 극복에도 힘을 쏟아왔다. 현재 2개소 23㏊의 가리비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산업의 전반적인 퇴조 분위기와 이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원료난과 인력난 등이 앞으로 한진상사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다.
 원료를 구하지 못해 해외 수출물량 주문에도 불구하고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날들이 증가하고 있다.
 500여명 안팎의 인력을 고용하고서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돌려 보내야 했던 80년대와는 정반대로 구인난이 심각해 현재 외국인 산업 연수생으로 인력난을 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원 80명, 공장 근로자 200명 등 300여명의 한진상사 식구들은 고용창출과 외화획득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올해 150억원 매출, 600만달러 수출목표를 향해 전임직원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속초/남궁 연 ypry@kado.net

[인터뷰] '미래 경영' 통해 내실 기업 육성

 "기업, 특히 제조업은 고용창출과 외화획득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진상사를 경영해왔습니다"
 수산물을 가공하는 속초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주)한진상사 이규철 대표(60·사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특히 지역주민에 대한 일자리 제공과 외화벌이에 전념해온 23년 한진상사의 역사에 자긍심을 표시했다.
 속초를 비롯, 동해안 지역에 수산물 가공업 붐이 일었던 81년, 한진 제 1공장 설립과 함께 본격적으로 수산물 가공업에 뛰어든 이규철 대표는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이 겪어야 했던 만성적인 어려움과 불투명한 미래를 특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으로 헤쳐왔다. '한진 멕시코'의 설립과 지속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 결과 90년대 이후 수산업과 수산물 가공업의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동해안의 대표적인 수산물 가공업체로, 제조업의 불모지인 속초시의 향토기업으로 성장해왔다.
 또 3회, 9년에 걸쳐 속초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자신의 인생은 '無에서 有를 창조'한 시간이었다고 설명한 이규철 대표는 "물류비용의 증가, 환경관리의 어려움, 원료 및 인력난 등 수산물 가공업의 대내외적인 경영여건은 악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장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300여명의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서의 알찬 경영을 다짐했다.
 속초/ 남궁 연 ypry@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